돈의 양을 몇 배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자원의 결핍을 극복할 수는 없다.
지폐의 도입은 정부가 화폐제도에 대한 지배권을 점진적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핵심 요소였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돈은 무에서 생성된다. 새로운 돈의 대부분은 발권은행이 아닌 은행 시스템에서 만들어진다. 또한 우리의 돈은 탈물질화되어 있다. 국가는 화폐 생산의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가에 자금을 조달해 주는 은행들은 특권을 부여받았다.
물가 상승도 통화량 확장에 따른 다양한 결과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은 통화량 확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반대로 디플레이션은 통화량 축소를 뜻한다.
통화량이 얼마든 간에 화폐가 가진 교환 기능을 충족시키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채무자들의 경우에는 예상치 못하게 상품의 가격이 떨어져 버리면 손해를 볼 수도 있고, 또 부채가 과도하면 파산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경제 전체의 측면에서 보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그저 재분배가 일어날 뿐이다. 가격이 전개되는 추이를 더욱 정확하게 내다본 채권자들은 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소유주가 된다. 하지만 이런 자산 교체 현상은 국민경제가 보유한 생산능력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공장, 도로, 기계 그리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통화량 증가의 피해자는 상품 가격이 오르는 속도보다 수입이 늦게 늘어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돈을 제일 늦게 손에 넣는 사람들, 혹은 아예 그 돈을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완벽하게 손해를 본다.
모든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수할 수 없는 이유는 생산수단과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투자의 규모는 실질적인 저축의 규모를 통해 제한된다.
인위적인 경기 호황은 난항을 겪다가 결국 불황으로 뒤바뀐다. 금리 상승은 새로운 투자를 위한 대출을 주저하게 만들고 불황을 한층 더 심화시키는 데다 경제 성장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산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이미 자산을 보유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점점 더 부를 쌓게 되며 기존 자산을 담보로 더 많은 대출을 받아 더 많은 주식이나 부동산을 매입한다.
엄밀히 말하면 당신의 임금이 매년 인상되는 이유는 모든 상품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 가격이 인상되면 그 뒤를 이어 임금이 인상된다. 그리고 임금이 인상되면 세금 징수가 지나치게 큰 폭으로 늘어난다.)
국가는 통화량 확장을 통해 의도적으로 잠재적 가격 하락을 저지한다. 통화량 확장은 물가 상승과 기업 이익의 증대, 그리고 임금 상승을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온갖 종류의 세금을 통해 국가의 수입이 자동으로 늘어난다. 이와 동시에 물가 상승은 근검절약하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한껏 쌓인 국가 부채 규모를 실질적으로 줄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