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이트에 도착한 우리는 그후로 아무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흔치는 않겠지만, 겪어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의외로 최악의 기분은 아니었다. 여행은 아무 소득 없이 하루 만에 끝나고, 한 번 더 중국을 왕복하고도 남을 항공권 값을 추가로 지불했으며, 선불로 송금해버린 숙박비와 식비는 아마도 날리게 될 것이 뻔했지만(실제로 환불은 못 받았다), 난생처음으로 추방자가 되어 대합실에 앉아 있는 것은 매우 진귀한 경험인 만큼, 소설가인 나로서는 언젠가 이 이야기를 쓰게 될 것임을 예감하고 있었다.
2.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여행에 치밀한 계획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나중에 쓸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나라를 가든 식당에서 메뉴를 고를 때 너무 고심하지 않는 편이다. 운 좋게 맛있으면 맛있어서 좋고, 대실패를 하면 글로 쓰면 된다.
3.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4.
전체적으로 나는 에피쿠로스나 스토아학파의 입장에 가까웠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알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현재를 즐기자. 현재는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마주 앉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 미래는 포기하고 현재에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그것은 사실 내가 모든 여행에서 택하는 태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