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문장] 클루지

by 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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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이해하고 그것과 정면으로 대결한다면, 우리는 우리 내면의 클루지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1.

분별 있는 학자라면 어느 누구도 자연선택이 최고로 잘 제작된 기능적 설계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또한 분명한 사실은 자연선택이 최고의 설계를 결코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2.

주의 깊게 논증된 사례들을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인간에게 발견되는 모든 기이한 버릇들이나 이상한 작용들 뒤에 진정으로 적응에 유익한 전략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의 밑바닥에는 최적화가 진화의 필연적 결과라는 대담한 가정이 깔려 있다. 그러나 최적화는 진화의 필연적(inevitable)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진화 속에서 생길 수 있는(possible) 결과일 뿐이다. 결함처럼 보이는 몇몇 것들은 실제로 유익한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척추와 거꾸로 된 망막이 증명하듯이) 몇몇 결함들은 정말로 최적 수준 이하의 것이며, 그저 진화가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되는 것일 수 있다.


3.

어떤 생물이 특정 순간에 최적 수준에 못 미치는 설계를 갖게 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무작위적인 우연, 다시 말해 그냥 운이 나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환경의 급격한 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 예컨대 커다란 운석이 떨어지거나 빙하시대 같은 대변동이 일어나면, 진화가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는 우리의 유전물질에 담겨 있는 역사 때문일 수도 있다. 역사는 강력한 (때로는 이롭지 못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어떤 시점에서 진화의 가능성이란 이전에 진화한 것의 제약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진화의 관성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뉴턴의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정지된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으려는 경향이 있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진화는 맨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이미 있는 것에 수정을 가하면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다.

4.

자연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상상하는 일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다. 자연이 언제나 독창적이라고 가정하는 대신에 인간 마음의 여러 측면들을 그 자체로서 살펴보면서 진정으로 위대한 것과 아쉬움이 남는 경우를 구별하는 것은 충분히 값진 일이다.


5.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잊는지는 맥락과 빈도와 최근도의 함수이지, 내면의 평화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6.

만약 우리의 자료 표본(곧 우리의 기억)이 제한된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다면 우리 모두는 훨씬 더 관대해질 것이다.


7.

친숙한 것에 매달리는 경향은 우리가 처한 상황이 위협적일수록 더욱 강해진다. 위안이 되는 음식을 찾는 것이 이 경우에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다른 조건들이 동일할 때 위협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그들 자신의 집단, 목적, 가치 등에 평소보다 더 강력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8.

진화는 우리에게 신중한 사고를 위한 도구를 주었지만 이것을 아무 간섭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보장해 주지는 않았다. 우리 자신은 우리의 신념이 냉정하고 확실한 사실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선조 체계는 우리가 깨닫지도 못하는 미묘한 방식으로 우리의 신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9.

우리에게는 추론이라는 강력한 도구와 자기 기만이라는 위험한 유혹이 결합하면, 어떤 큰 위험이 따르는지를 예견할 능력이 없다. 즉 우리에게는 사실상 우리가 편향되지 않도록 막아줄 내적 장치란 존재하지 않는다.


10.

정말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흔들림 없이 참된 전제에서 참된 결론으로 나아가면서, 오직 참된 것만을 믿을 것이다. 그러나 진화의 산물이자 클루지인 우리 인간은 종종 결론에서 출발해 그것을 믿기 위한 이유를 찾는 식으로 거꾸로 나아가는 비합리적인 존재이다.


11.

많은 자동차 판매인들이 사람들에게 혹시 차를 살 계획이 있느냐고 묻는 대신에 언제 살 계획이냐고 묻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맥락은 우리에게 생각할 재료를 제공함으로써, 신념은 물론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12.

합리성이란 말 그대로 관련 증거들을 철저하고 사려 깊게 비교 평가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포유동물의 기억회로는 전혀 이런 목적에 맞게 조율되어 있지 않다. 기억의 신속함과 맥락 민감성은 위협적인 환경에서 급히 결정을 내려야 했던 우리 선조들에게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과거에 자산이었던 것이 현대에는 부채가 되었다. 맥락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데, 합리성은 저렇게 말하고 있다면, 합리성은 언제나 양자 간의 싸움에서 지고 만다.


13.

심리학자로서 나는 로또 당첨이 정말로 내 삶을 바꿔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오래전에 소식이 끊긴 친구들이 난데없이 나타나는 것을 받아넘겨야 할 뿐 아니라, 순응이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할 것이다. 결국 초기의 황홀감은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뇌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4.

진화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내부 작용을 이해하든 말든, 심지어 우리가 행복하든 그렇지 않든 신경 쓰지 않는다. 행복은, 또는 더 정확히 말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는 우리를 움직이는 동력 이상의 특별한 것이 아니다. 행복의 쳇바퀴는 우리를 계속 움직이도록 만든다. 살아서 애를 낳고 애를 키우며 또 다른 날을 위해 살아남도록 만든다. 진화는 우리가 행복하도록 우리를 진화시킨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도록 우리를 진화시켰다.


15.

우리는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일단 실패하면 우리는 언제나 거짓말하고 감추고 합리화할 수 있다.


16.

만약 내가 마음을 설계하라는 주문을 받는다면, 나는 가장 먼저 합리적인 숙고 체계에 우선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반사적인 것보다 합리적인 것을 선호하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나 진화는 조상 전래의 반사 체계에 (그것이 더 낫기 때문이 아니라, 더 오래되었기 때문에) 우선권을 부여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가장 소중한 지적 자원의 일부를 낭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17.

우리는 정신을 딴 데 두거나 일을 뒤로 미루거나 우리 자신을 속인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자기 통제의 산에 오르기 위한 평생의 투쟁이다. 왜냐하면 진화는 우리에게 분별 있는 목표들을 세우기에 충분한 지적 능력을 주었으나, 그것들을 관철하기에 충분한 의지력은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18.

즉각적인 사고와, 거리를 둔 사고, 이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하면서 균형을 이룰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지금 우리 마음을 지배하는 것에만 의존해 결정을 내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좋은 방법은 잠시 기다리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어떤 것을 내일도 원한다면 그것은 중요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만약 그 욕구가 사라져 버린다면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경험적 연구들에 따르면 비합리성은 종종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 반면에, 복잡한 결정은 시간을 두고 그것에 몰두할 때 가장 훌륭하게 이루어진다.


19.

만약 우리가 우리의 한계를 이해하고 그것과 정면으로 대결한다면, 우리는 우리 내면의 클루지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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