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러시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타자에 의해 정제된 정보들을 재빠르게 흡입하는 ‘효율 만능주의 독서’에 매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가치 있는 텍스트를 스스로 발굴하여 그 내용과 의미를 천천히 곱씹어 소화하는 ‘효과적 읽기’에 관심을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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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간단한 글을 읽을 때는 빨리 속도를 내어 읽고, 낯설고 복잡한 글을 읽을 때는 시간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야 합니다. 같은 글을 읽어도 술술 잘 이해되는 부분은 가볍게 읽고 넘어가면 되지만, 특별히 어렵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대목에서는 의미를 되새기면서 천천히 읽어야 합니다. 자동성의 읽기와 의식성의 읽기를 텍스트의 복잡성과 나의 배경지식 정도, 과제의 목적과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읽는다는 것은 생각 과정 자체를 메타인지적으로 조율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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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후천적으로 설계된 지능을 보유한, 생각하는 기계입니다. 그런데 지능의 주인이 인간인가 로봇인가에 상관없이, 모든 지능의 핵심 기능은 바로 ‘배움’입니다. 실제로 ‘intelligence’라는 단어를 메리엄-웹스터 온라인 사전2에서 찾아보면, 가장 앞줄에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습니다. 지능이란 ‘무엇을 배우고the ability to learn’ 이해하거나 새롭고 도전적인 상황들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사전만 보더라도 지능을 정의할 때 가장 우선되는 능력이 배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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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는 사람은 더 많은 것들을 읽으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은 주어진 것도 열심히 읽지만 당장 눈앞에 없는 것도 더 찾아 읽습니다.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고 능숙한 독자로서의 자신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이 읽으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읽기 능력과 방법들을 적용해 볼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효과적인 방법도 발굴합니다. 읽으면서 동시에 읽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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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쓰는 것,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책을 읽다가 던져 버리고 인터넷을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합니다. 그래도 우리의 읽기와 쓰기는 우리의 사회를 바꾸는 영원히 녹슬지 않는 도구입니다. 회의감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오늘 텍스트를 읽는 방식이, 텍스트를 쓰는 방식이, 의미를 디자인하는 방식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밀려 와도 좌절하지 마십시오. 질문과 회의는 우리를 각성하게 하는 기제입니다. 변화는 바로 이 순간에 시작됩니다. 그때부터 여러분의 읽기와 쓰기는 세상을 바꾸는 리터러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