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한화 /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이상학 / 염경엽

by 김알옹

이상학 <불꽃한화>

2008년부터 현재까지 한화 담당 기자였던,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꽤나 공신력 있는 기자라고 인정받는 이상학 기자가 쓴 한화 이글스 이야기. 김태균과 류현진의 시절을 다 날려먹고, 매일 져도 경기 끝나면 '나는 행복합니다' 응원가를 부르는 보살 팬들을 보며 똑같이 꼴찌라고 그나마 서로에게 위안이 돼주던 갈매기와 독수리, 조류동맹 롯데와 한화.


18-0에서 한 점 내고 나는 행복하다는 한화 보살님들. (출처: SPOTV)


그러나 한화는 2025 시즌 두 용병 투수의 활약으로 한국시리즈까지 높이 비상했고, 롯데는 95%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부숴버리는 12연패로 팬들 마음을 부숴놓고 여전히 빌빌거린다. 21세기에 우승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인 팀,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이 1999년인 팀, 팬들을 고통에 빠뜨리는 팀, 야구를 모르던 아내에게 왜 이 팀을 응원해서 자기도 고통스럽게 만드냐며 원망받게 만드는 팀.. 롯데도 한화처럼 당당하게 치고 올라가서 긴 암흑기를 회고하는 이런 책이 언젠가 나올 수 있을까?


염경엽 <결국 너의 시간은 온다>

KBO 야구 시즌이 끝나니까 야구 관련 신간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서 롯데 놈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팀의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시즌 중에 뜬금 자서전을 출근했는데, 고작 32살이 자서전?이라고 고개를 갸웃하며 확인해 보니 이건 거의 화보집이라고 한다. 2030 여성들이 줄을 서서 산다고 한다. 그래, 2030 여성들 덕에 연간 관중에 1000만 명을 넘기도 하고 응원 문화도 많이 유해졌다는 것도 좋다. 그런데 이 새ㄲ가 화보집을 내고 난 이후 팀이 12연패를 했다. 백약이 무효했으니 어디에서라도 원인을 찾고 싶어서 까는 거라고 쉴드를 칠 수도 있는데, 세상 그 어느 선수가 시즌 중에 화보집을 낸 적이 있다면 가져와 봐라. 연아가? 박찬호가? 흥민이가? 저런 대 스타들도 시즌 중에는 경기에 집중하고 훈련에만 몰두한다. 지깟게 뭐라고 시즌 중에 저딴 돈벌이 놀음을 하냐고오오오!!!!!!!!!!!!!!!!! 소속사가 시켜도 선수 새ㄲ 본인이 '가을야구 진출하고 시즌 마무리 잘 한 다음에 발간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하는 사회적 눈치 같은 거 없어? 누가 보면 뭐 매년 30세이브 넘게 하고 오승환처럼 한국시리즈 마지막 투수로 몇 번 세리머니도 해본 투수인 줄 알겠다 이 새ㄲ야. 아 쓰다 보니 개 열받네...


시즌 끝나고 이야기하면 안 돼? (출처: yes24)



팀이 8연패까지 하고 그다음 경기에서 제발 연패 탈출 좀 하자고 선수들이 애써서 7회까지 7-3으로 앞서고 있다. 앞 투수들이 주자를 쌓아 8회 1사 만루가 됐다. 감독은 다급한 마음에 가장 믿을 만한 마무리를 올린다. 그런데 마무리는 여기에서 만루홈런을 처맞고 순식간에 동점이 된다. 9회에도 올라온 마무리는 또 볼질을 하다가 한 점을 더 줘 결국 역전까지 허용한다. 9회말에 겨우 동점을 만들고 연장까지 가서 빌빌대며 다른 투수들까지 다 소진해서 겨우 무승부를 만든다. 팀 연패 기간에 마무리가 5점을 줘? 후우...


이 마무리 투수의 블론이 한두 해도 아니라 심박수를 가라앉히고 온라인 교보문고에 책을 구경하러 갔다. 으아니 그런데 거기 이 화보집이 떡하니 예약구매 이벤트를 하고 있고, 여성팬들이 알콩달콩 댓글을 달고 있는 거다. 머릿속 퓨즈가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야구팬들이 왜 항상 화가 나있냐고? 다 이유가 있다... 상품 페이지의 리뷰인가 기대평에 분노의 댓글을 달았다. "7A78877 하던 팀이 오랜만에 선수들의 활약으로 3위까지 올라왔는데 위기에 빠져 8연패에 빠져있고 선수 본인은 5점 차 리드를 날리는 블론까지 하고 있는 와중에 이딴 화보집을 내는 게 프로선수의 자세 맞는지 심히 의문입니다." 살면서 처음 달아본 악플이었다. 다음 날 확인해 보니 팬들의 신고를 받았는지 댓글이 삭제되어 있었다. 결국 12연패까지 하고 나서 어수선한 팀은 그대로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7A788777이 됐다. A는 10위랍니다 데헷.


누가 보면 은퇴하는 선수인 줄? (출처: yes24)


이래놓고 또 다음 시즌 개막하면 희망회로를 돌리면서 야구를 쳐 보고 있을 나 자신이 벌써부터 원망스럽다. 부모님이 물려준 팀도 아니고, 학연 지연도 전혀 없는데 왜 저 팀을 응원하게 돼서 이렇게 끝나지 않는 고통을 받게 된 건지... 타임머신이 있다면 가장 먼저 과거로 돌아가 롯데팬 하지 말라고 나 자신을 뜯어말릴 거다. 롯데 이야기를 쓰라고 하면 밤새 쓸 수 있지만 여기까지 써야지. 열심히 책이나 읽고 독후감이나 끄적거리며 우아하게 사는 지성인이라고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극렬 롯빠 아재임을 인증한다.



염경엽 감독님은 2025 시즌 wire-to-wire(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모두 우승) 우승을 차지해 이젠 누구도 명장임을 부정할 수 없는 거물이 된 것 같다. 자서전은 거물이 됐다는 증거 아닌가! 기대한 것처럼 책의 초반은 본인의 실패담과 약간의 자랑이 첨가된 평범한 자서전이다. 그런데 실패를 겪고 우승 단장과 우승 감독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부분은 꽤나 좋은 교훈을 준다. 실무를 모두 꿰고 있는 사람이 절실하게 노력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 리더의 자리에 올라 확고한 의지를 갖고 조직원을 이끌어 결국 정상을 차지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엔 대놓고 자신이 확립한 리더십 원칙들을 소개한다. 우승팀 감독이라고 대충 누가 대필해서 낸 책 같지가 않다. 리더십 학습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좋은 책이다. 부럽다 LG... 롯데 감독은 원칙은커녕 뇌도 없어 보이는 사람인데...


롯데 우승은 포기하지 않는 자가 늙어 죽습니다. (출처: 출판사 책 소개)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르타의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