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
마음 불편한 것도 싫고, 몸 피곤한 것도 싫고, 돈 적게 주는 것도 싫고, 꼰대들도 싫고,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어서 최지수 씨의 인생 '여전' 이야기. 어떻게 '경단녀' 한 명이 생겨나는지 잘 그려냈다.
주인공 최지수는 대학 졸업 후 PD가 되고 싶어서 잠시 방송국 시험 준비를 하다가 홍보대행사에 입사해 7년 정도 일한다. 끊임없이 부하직원을 찾아서 미치게 만드는 마이크로매니저가 팀장으로 오는 바람에 버틸 수 없어서 사직서를 던지고 퇴사한다. 쉽게 구직할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사귀던 남자친구와 결혼하게 되면서 조금 미뤄진다.
다행히 인간관계는 나쁘지 않아서 친했던 미진 선배가 소개해준 서원 선배가 주는 소소한 프로젝트 일들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 미진과 서원은 사귄 적이 있다고 한다. (이야기 흐름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둘은 레즈비언이다.) 서원이 지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미진이 소개해주는 일자리에 몇 번 지원해 봤지만, 기존에 일하던 회사보다 훨씬 규모가 작고, 임신-출산 계획이 있는지 확인하고 채용하지 곳들 뿐이다.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 정말 괜찮은 일자리를 구했는데, 남편이 심장 문제로 쓰러진다. 아들을 무척 사랑하는 시어머니는 이럴 때 입을 싹 씻고 돌봄에 아무것도 관여하지 않고 여행이나 다니는 사람이다. 결국 괜찮은 일자리를 포기하고 집에서 남편의 간병에 집중한다. 심장에 마이너한 문제가 있지만 공황장애도 있었던 남편은 집에서 가사노동을 도와주기만 하면 오히려 일을 더 만드는 스타일이라 그냥 지수 혼자 가사를 전담한다.
소득이 확 줄어든 지수는 마트에서 딸기 하나 사 먹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궁핍한 생활을 한다. 그런 지수의 집에 시동생이 놀러 와서, 서울에 취직을 했다며 너무도 당당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시어머니는 결혼하고 나서 둘이 알아서 살라고 하는 사람인데 시동생은 대체 왜 이럴까. 남편이 어버버 대길래 지수가 단호히 거절한다.
고등학교 친구들 청첩장 모임에 초대받은 지수는 자기 청첩장 모임에서 쓴 돈과 이 자리에서 쓴 돈을 하나하나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불합리함을 느끼고 뛰쳐나온다. 모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지수는 갑상선에 살짝 이상이 생기고, 우울증에 걸린다. 몇 달 고생하고 주민센터 바느질 클래스를 수강한다. 그러면서 조금 나아진다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 실력이 좋은 걸 보고 좌절하고 금세 그만둔다.
논술학원 강사로 취직한다.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바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두 달 만에 그만둔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자기 지인에게 부탁해서 일자리를 알아봐 주지만, 거기 대표가 꼰대짓을 하길래 또 거슬려서 며칠 만에 뛰쳐나온다. 그리고 혼자 프리랜서로 일해보겠다고 세 달 동안 정부 지원을 받는 자격증 학원에서 공부하고 일자리 알선도 받았지만 가는 족족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아무 곳에서도 일하지 않는다.
일 년 넘게 공부해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동네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소속중개사로 일하게 된다. 급해 보이는 매입자에게 매물의 단점을 숨기고 넘기려는 대표 공인중개사의 거짓말을 매입자에게 알려주면서 거래를 망친 지수는 해고당하고 인근 어떤 공인중개사 사무실에도 취직할 수 없게 됐다.
아무 데나 이력서를 넣어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일을 너무 못해서 사흘 만에 사장으로부터 그만 일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홍보대행사 퇴사 후 카페 알바까지 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는 지수는 그냥 계속 구직활동만 한다. 지수의 친구는 지수가 '연쇄 구직자'라고 놀린다.
지수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서원에게 전화한다. 아직 지수에게 마음이 있는 서원은 자신의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라고 지수를 채용하고 넉넉한 보수를 준다. 그리고는 지수에게 진한 눈빛을 보내거나 불필요한 스킨십을 반복한다. 아마도 호모포비아인 것 같은 지수는 이것 또한 너무나도 불편한다.
그리고는 월화수목 아침 7시에 하는 에어로빅과 매주 사는 5천 원의 로또가 유일한 정기 일정인 사람이 된다.
선택은 전부 자기가 했는데 문제가 자기한테 있다는 건 도무지 인정하지 않는 주인공 때문에 읽는 내내 답답했다. 중간에 등장하는 전형적으로 답답한 남편 포함 시댁 식구 세트들, 이야기 전개에 하등 쓸모없는 레즈비언의 등장 등이 이야기 매력을 더 반감시킨다. 친한 친구도 비중 있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친구마저 고까운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쓰기 싫어서 위의 줄거리에선 아예 빼버렸다.
꼰대 독자라서 죄송합니다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