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정대건
마침 읽은 두 책이 기구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라 '출발 비디오여행' 플롯으로 글을 써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여기 한 사고에서 각자의 엄마와 아빠를 잃은 여고생과 남고생이 있습니다.
여기 서로 복잡한 사연으로 얽힌 두 남고생과 한 여고생이 있습니다.
오늘은 정대건의 <급류>와 김애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 소설 대 소설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정대건의 <급류>부터 보시죠.
그 무섭다는 사춘기를 지나면서도 아빠와의 친밀함을 잃지 않은 소녀 도담. 아빠는 도담에게 다이빙을 알려줘서 물속의 자유를 깨우치게 해 준 타의 모범이 되는 소방관입니다. 그런 도담과 아빠가 동네 하천에서 오랜만에 물놀이를 하며 놀고 있던 그때, 한 소년이 물에 빠집니다. 도담과 아빠가 힘을 합쳐 구해준 소년의 이름은 해솔. 해솔은 아빠를 잃고 엄마와 단 둘이 이 동네로 이사 온 미소년. 도담과 해솔은 요즘 아이들 트렌드에 걸맞게 금세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 사랑에 빠지지 말아야 할 남녀가 또 사랑에 빠지는데…
이제 김애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로 넘어갑니다.
엄마를 암으로(사실 항암치료의 막판에 교통사고로) 잃고 아빠와 둘이 살며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소리,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어느 밤 아빠를 찔렀는데 엄마가 아들 대신 찌른 것으로 현장을 조작해 교도소에 들어가고 아빠는 혼수상태로 요양병원에 누워있는 채운, 채운보다 덜하지만 가정폭력이 있던 가정에서 부모의 이혼 후 아빠는 다른 살림을 차리고 엄마는 애인이 생겼지만 뇌종양이 생기고 곧 방파제에서 실족사해서 홀로 남은 지우. 소설이라 이렇게 힘든 설정일까요, 아직 학생들에게 이렇게 기구한 사연들이라니..
소리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손을 잡은 상대가 곧 죽게 되면 그걸 알게 되죠.
다시 <급류>입니다.
도담의 엄마는 몸이 약해 병원 신세를 자주 졌는데, 해솔을 물에서 구해준 이후로 도담의 아빠와 해솔의 엄마는 급격히 친해지고 결국 사랑에 빠집니다. 그 사랑에 배신감을 느낀 도담은 어느 폭우가 쏟아지던 날 사귀던 해솔과 함께 두 어른의 연애 현장인 폭포 밑을 덮치고, 당황한 어른들은 급류에 휘말려 죽게 됩니다. 수중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소방관이지만 급류에는 장사 없습니다. 그 죽음으로 해솔은 할머니 댁으로 다시 떠나고 도담은 엄마와 둘이 남게 됩니다. 마음속에 큰 생채기를 가진 채. 여기도 기구함으로 치면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을 사연입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입니다.
지우는 자기 이야기를 웹툰으로 그려 인터넷에 올리는 일과 애지중지 키우던 도마뱀 용식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엄마의 죽음으로 역시 혼자 남게 된 엄마의 애인과 둘이 살다가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출 후 노가다판에 뛰어들며 용식을 소리에게 맡깁니다. 지우는 사실 채운의 사건이 벌어졌을 때 채운과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고, 그때의 일을 웹툰으로 그리고 있었습니다. 한편 채운은 아빠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 다시 가정폭력이 시작될까 두려워 아빠의 죽음을 은근히 바라며 괴로워합니다. 우연히 지우의 웹툰을 보았고, 엄마와 단 둘만 알아야 하는 비밀을 지우가 혹시 알고 있는 건 아닌가 겁이 납니다. 키우던 강아지 뭉치와 함께 이모의 집에 얹혀살지만 눈칫밥을 먹던 채운은 어느 날 뭉치를 잃어버립니다. 뭉치는 소리에게 발견되고 소리는 뭉치의 발을 잡는 순간 곧 뭉치가 죽을 거라는 걸 알게 됩니다.
<급류>로 돌아옵니다.
도담과 해솔은 대학에 진학합니다. 해솔은 철저히 절제되고 혼자 지내는 삶을 선택했고, 도담은 매일 술을 마시며 남자를 갈아치우고 자해까지 서슴지 않는 자기 파괴적인 삶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둘은 우연히 해솔이 알바하던 술집에서 만나게 되고, 다시 서로에게 불같이 빠져듭니다. 그러나 해솔은 어른들을 잃은 사고가 자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죄책감에 시달려 도담의 마음을 갉아먹고, 도담은 그런 해솔을 일부러 더 괴롭게 만들기 위해 계속 술을 마시고 해솔에게 일부러 상처를 줍니다. 아빠에 대한 원망이 극에 달해 방향을 잃어버리고 헤메이는 도담은 그냥 그 사건에서 도망치고 싶고, 결국 해솔에게서도 도망치게 됩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로 왔습니다.
뭉치의 죽음 후 채운은 소리의 비밀을 알게 되고, 소리에게 자신의 아빠는 어떻게 될지 확인을 부탁합니다. 소리는 채운의 아빠가 죽을 걸 알았지만 채운의 의도를 몰라서 거짓말을 하고 채운은 좌절합니다. 그 와중에 소리에게 맡겨진 용식은 죽게 됩니다. 지우는 웹툰을 마무리합니다. 사실 채운네 가족이 외부에 보여줬던 단란한 모습이 부러웠던 지우. 지우는 엄마를 잃고 아빠가 너무 원망스러워서 아빠를 죽이고 싶어 했는데 채운네 집에서 벌어진 사건을 본 그날 밤 그 마음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도담과 해솔은 어떻게 됐을까요. <급류>입니다.
시간이 지나 30살이 된 도담과 해솔. 해솔은 소방관이 되었고 대학시절 자신의 곁을 지켜준 선화와 6년간 만남을 지속합니다. 도담은 물리치료사가 되어 병원에서 일하고, 상처가 있는 승주를 만나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관계를 지속합니다. 해솔은 이제 자신이 어떻게 돼도 상관없는 사람처럼 몸을 던져 사람들을 구합니다. 그러다 한 구조현장에서 사람을 구하고 사고를 당해 도담의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도담과 다시 운명처럼 만나게 됩니다. 불안정하지만 이젠 조금 어른이 된 해솔과 도담은 다시 서로에게 마치 자석의 양극처럼 붙어버립니다. 여전히 해솔은 그때 사건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실 해솔이 그때 급류에 휩쓸려가는 도담의 아빠와 자신의 엄마를 구하려고 시도했지만 오히려 자신이 죽을 위험에 빠지자 두 어른이 해솔의 목숨을 구하고 떠내려간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몸을 좀 더 돌보면 좋겠다는 도담의 당부에도 해솔은 다시 위험한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몸을 던집니다.
고등학생에게 이렇게 힘든 일들이 생겨도 될까 싶은 <이중 하나는 거짓말>의 절정입니다.
채운의 아빠는 결국 세상을 떠납니다. 채운은 교도소에서 엄마가 보낸 편지를 받습니다. 아빠와의 그 사건이 있기 전부터 엄마는 애인이 있었고, 교도소에서 이별을 겪어 많이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채운이 혼자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고 응원과 부탁을 합니다. 지우의 마지막 웹툰을 본 채운은 모든 불안감이 사라지고 죽은 강아지 뭉치를 그리워합니다. 소리는 아빠와 함께 엄마의 무덤에 가서 엄마에게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의 투병 중에 사실 엄마가 떠나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던 소리는 죄책감이 시달려왔습니다. 소리의 아빠가 엄마가 죽기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면서 소리의 마음은 조금은 녹아내립니다. 지우는 소리에게 도마뱀 용식의 안부를 묻지만 연락이 없다가 결국 용식의 죽음을 알게 되고 일하던 노가다 현장을 뛰쳐나와 소리에게 달려가다 오토바이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겪습니다.
이제 <급류>의 결말입니다.
해솔은 거의 한 달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 곁을 선화와 도담이 돌아가며 지킵니다. 다행히 해솔은 깨어났고, 선화는 해솔을 떠납니다. 해솔은 덤덤하게 도담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합니다.
“그때 생각했어.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그때 깨달았어.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은 힘이 없고 언제나 현재형이어야 한다는 걸.”
둘은 서로의 손을 맞잡습니다.
두 남녀가 과거의 상처를 딛고 물에 빠져도 서로를 구해줄 수 있는 굳건한 관계가 되기까지의 먼 여정, <급류>였습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어떻게 마무리될까요?
지우는 엄마의 전 애인이자 지우와 마찬가지로 혼자 남겨진 선호에게 연락하여 교통사고 상황을 벗어납니다. 화물트럭 기사인 선호의 트럭에 앉아 선호와 지우는 등장인물 모두가 했던 ‘이중 하나는 거짓말’게임을 합니다. 사실 네 가지와 거짓 한 가지를 말하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게임인데 선호는 사실만을 말하며 지우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밉니다. 좋은 어른이 곁에 있어 마음이 풀린 지우에게 채운과 소리가 보고 싶다는 연락을 합니다. 이렇게 세 청소년은 각자의 매듭을 풀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래로 나아갑니다.
어른의 세계는 쓰디쓰겠지만 너희가 겪은 희로애락이 단단한 어른이 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거란다. 여기까지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