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
세계 최대의 화학회사 중 하나인 BASF에 오랜 기간 다녔다는 공학박사 곽재식 작가님(이자 교수님)의 수많은 책 중에 한 권. 과학책을 좋아하는 아이 읽으라고 빌렸는데 재미있어서 나도 읽었다.
작가님은 카이스트를 2년 반 만에 졸업했다고 한다. (학기당 26학점인데 이제 거기에 전액 장학금을 추가…) 그리고 책을 정말 많이 쓰신다. SF소설, 과학교양서(화학, 생물, 인공지능, 기후 등 온갖 분야를 다 다룬다), 에세이, 한국고전분석… 교양서는 기본 연간 네댓 권은 출판하고 단편도 엄청 많이 쓰시는 듯하다. 도서관에서 ‘저자: 곽재식’으로 검색하면 90권이 뜬다.
위키의 소개에 ‘곽재식 속도’라는 말이 재미있어 가져온다.
한국의 SF 작가들끼리는 곽재식 속도라는 표현도 쓰인다. 반년 간 단편을 네 편 집필하는 정도의 속도로, 듀나의 트윗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그런데 이산화에 의하면 "곽재식 작가는 실제로는 2 곽재식 속도로 쓴다"라고 한다. 후속 트윗에 의하면 (본업이 따로 있으면서도) 한 달에 한 편 꼴로 단편을 공개하고 장편도 틈틈이 쓰고 논픽션과 칼럼도 쓰고 잡지 게재용 단편도 따로 쓴다고 하니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더불어 애당초 1 곽재식 속도의 정의가 잘못되었다는 도량형학적 대참사가 있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아파트라는 도시 특유의 주거공간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각 생물들의 역사 속 모습이나 특징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다음 생물로 넘어가있다. 소나무, 철쭉, 고양이, 황조롱이, 모기, 개미, 집먼지진드기, 지의류, 곰팡이, 아메바, 세균, 바이러스가 각 주제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책은 소설 읽듯이 빠르게 2-3시간 내외로 읽다가는 머릿속에 아무것도 안 남는다. 상식을 기르기 좋은 책인데 예전엔 이렇게 빨리 읽어도 저장되는 내용이 있었지만 이젠 머리가 굳어서 저장이 잘 안 된다. 뇌가 신제품인 우리 집 아이는 읽으면 자동으로 저장이 잘 되는지 종종 나에게 저장된 지식을 자랑한다. 그래… 너라도 머리가 잘 굴러가니 됐다.
모기 편에서 몇 가지 지식을 가져와 본다.
모기가 사람을 물 때 피가 굳지 않게 하려고 주입하는 아노펠린이라는 물질을 연구해서 혈전 방지제를 만들 수 있다.
아파트는 지하에 고인 물이 있고 배수관이나 하수구가 있어서 모기가 살기 최적화된 구조다.
모기는 날개를 펄럭이는 게 아니고 몸통 근육을 움직이면 날개가 떨려서 발생하는 와류 위에 올라타는 것이다.
한국은 강력한 방제작업으로 1979년에 말라리아 발생 건수가 0이 됐지만 90년대 이후 다시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휴전선 접경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북한에 있는 말라리아모기가 남한으로 넘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은 2차대전에서 일본군과 열대지역에서 전투하며 말라리아로 애를 먹었는데 이때 말라리아관리국이라는 곳을 만들어 모기를 없앴고, 이 조직이 후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