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취향일기에서는 제가 그동안 좋아하는 예술가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들, 그리고 제가 예술을 하면서
'예술가란 무엇인가' '어떤 예술가가 될 것인가' '좋은 예술가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도움이 되고
예술가로서의 철학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던 책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첫 번째 책으로는
제 블로그에 정말 주구장창 등장하는 (이제는 언급하기도 민망한)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전 포스팅에도 여러 번 말을 했으니 생략하고
간단히 책 소개를 해보자면,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닮은 에세이입니다.
단순히 본인의 내면 이야기뿐만 아니라
본인이 정의하는 소설가
그리고 소설가로서 느끼는 고정관념들을 본인 나름대로의 철학으로써 소화시키는 과정들
한철 장사가 아닌 평생 소설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확립한 본인만의 법칙들
(아마 모든 예술가들의 고민이겠지만) 끊임없이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꼭 본인이 소설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창작가/예술가를 꿈꾼다면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들 ㅡ 예컨대, 예술가로서의 오리지널리티, 작품의 아이디어를 간 별 하는 일 등등 ㅡ 에 대한 것들을 담백한 문체로 느낄 수 있는 책이기에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예술가의 글쓰기 - 비키 크론 애머로즈
분위기를 바꿔서, 글쓰기에 관련한 책입니다.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예술가들한테 자기소개서(personal statement)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로써,
이 책은 작가 소개서뿐만 아니라, 학교 지원할 때 쓰는 자기소개서, 작품 캡션, 개인전을 열 때 소개글, 아트페어 참가 글 등등 전업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때의 각각의 목적에 맞춰서 글을 어떻게 쓰는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작가의 말을 비롯해서 작가, 그리고 작품을 표현하고 어필하는 모든 글들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예술작품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해야 하는 사실 문 이라는 정의를 필두로 내세우며
글(writing)을 예술가를 어필하고 홍보하는 하나의 수단 및 매개체로 대하고 있는 책입니다.
또한, 이론서가 아닌 실용서적답게
중간중간 문장연습 및 문장이 꼭 품고 있어야 하는 요점, 피해야 할 문법 등등을 말하고 있어서
꽤나 유익한 책입니다.
예술의 정신 - 헨리 로버트
예술의 정신이라는 제목과는 조금 다르게
로버트 헨리는 미국의 페인터로써 이 책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화가(페인터)들에게 A부터 Z까지 알려주는 책입니다.
정말 기본적인 물감을 선택하는 법, 아이디어를 설정하는 법,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하물며 그림의 주제와 의미를 설계하는 과정까지 굉장히 클래식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입니다.
따라서 현대미술 장르 중에서도 모던한 예술 ㅡ 예를 들어, 퍼포먼스 아트/ 비디오 아트/ 개념미술 ㅡ 을 주로 작업하는 분들이라면 조금은 고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책 입니다만, 페인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예술서는 없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페인터한테 필요한 기술적인 것들을 논하고 있다면 책의 중반 이후부터는 비평적인 측면으로 넘어가서
그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본인의 영감에 필요한 작품을 어떻게 선별해야 되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책으로써, 창작자로서의 조언과 그리고 논평에 대한 감각까지 넓힐 수 있는 성경 bible 같은 책입니다.
데이빗 린치의 빨간방
데이빗 린치의 에세이집 빨간방 입니다.
이 책은 데이빗 린치의 창작 에세이:꿈의 방 과는 달리 데이빗의 창작과정에 있어서 명상, 작품 제작과정에 있어서 자신의 내면 속을 들여다보는 과정들을 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구성은 짤막한 글들이 각각의 다른 타이틀로 엮어져 있는 책이지만,
글들의 무게감이나 작품에 대한 진정성, 창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고민들에 대한 번뇌, 빨리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조바심/강박관념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과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입니다.
특히나, 책 51페이지에 나와있는 이레이저 헤드를 창작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찬란하게만 느껴집니다.
월스트리트 저널 배달일을 하면서 한씬을 찍을 돈이 모이면 한씬을 제작하고 또 한씬을 찍을 돈이 모이면 한씬을 제작하고... 그렇게 총 제작기간 5년. 5년의 시간 동안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 그리고 그 끝에 얻어낸 본인만의 인생철학.
사실 저는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부러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끈질김'입니다.
유행에 휩싸이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걸 내놓다기보다는 끝까지 자신의 철학을 지켜내는 굳건함,
이러한 인고의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끝까지 견뎌내는 이러한 끈질김이 너무나도 부럽고 닮고 싶습니다.
예술하는 습관 - 메이슨 커리
그동안 제 블로그에서 소개된 책 중에서는 가장 신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는 예술가에게 필요한 건 '영감(아이디어)'이다 /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경험이 필요하다 라고 말을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 영감이란,
나를 단련시켜나가는 켜켜이 쌓인 인고의 시간들이라고 여기는 저로써는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각각의 예술가들의 하루 일과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는지, 식사는 몇 시에 하는지, 작업복을 따로 챙기는지, 답답할 때 기분전환은 어떻게 하는지 같이 아주 지극히 사소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그렇지만 창작 작업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근육을 만드는 '습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영감이라기보다는
규제하는이 없는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을 흐트러트리지 않게 하는 철저한 자기 관리라고 믿는 저로써는
이 책에서 보이는 각각의 예술가들의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경이롭게만 느껴졌고, 저의 그동안의 제멋대로 일상 루틴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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