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스포츠카인가? 세단인가?
모든 기계는 주된 목적이 정해져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면 스포츠카, 세단, 트럭, 트렉터는 각각의 역할이 있고 어느 차가 더 우월하다고 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고성능 스포츠카를 어쩔 수 없이 짐을 싣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능률도 떨어지고 스포츠카 자체의 성능도 저하시킬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MBTI로 보자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활동하며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두 시간의 모임만으로 모든 에너지가 소모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럼 나는 어떠한 환경과 활동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고 빨리 방전될까?
나는 특별한 일정이 있지 않으면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한다.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느라 잠깐 집 밖에 나갔다 오면 오후에 아이가 하원할 때까지 작업방 책상 앞에 앉아있거나 잠시 낮잠을 자는 게 일상이다. 그러면 나는 집 밖에 나갈 때 에너지를 많이 뺐기는 편인가?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일이 바빠서 잠깐의 외출도 하지 못하는 날은 그것대로 몸과 마음이 쳐지는 느낌이다.
주된 활동은 집 안에서 하되 하루 30분~1시간 정도의 야외운동과 일주일에 1~2회 정도의 외출이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나의 효율을 높여준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 때와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 때를 비교하면 당연히 후자가 피곤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할 일이 없다거나 심심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방해 없이 하나하나 마쳐가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편이다. 직접 만나는 게 아니라 전화 통화를 길게 하는 것 만으로도 지쳐서 전화를 마치고 나면 잠시 휴식이 필요한 경우도 많이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하는 일이라고 해서 다 창작의 영역에 속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초반 구상을 하는 20%정도의 시간을 뺀 나머지는 늘 하던 식의 패턴을 따라가는 단순 작업에 가깝다. 그러면 나는 어떤 작업에 더 피로를 느낄까?
언뜻 생각할 때는 창작을 위해 에너지를 쓸 때 더 힘이 들 것 같은데, 요즘 경험으로 보면 단순 작업이 이어질 때 더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난 아침에 오늘 할 일을 플래너에 정리하고, 그 순서대로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는 편이다. 하지만 모든 하루가 내 계획대로 이어질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인해 생각하지 않은 일정이 추가되거나 순서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미리 계획한 일과 즉흥적으로 하게 되는 일 중 더 피로도가 높은 건 어느 쪽일까?
이건 계획적으로 일을 이어갈 때 에너지를 아끼게 되는 편이다. 하루 5개의 일정이 예정되어있는 날에 생각하지 못한 하나의 일이 추가되는 날을 생각하면 하나의 일을 미루고 새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두 세 개의 일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즉흥적인 일에 대한 시간과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것이다.
나의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단순화해서 두 개의 상반된 키워드를 붙여서 비교해봤는데, 당연히 100% 어느 쪽의 활동만 한느 게 효율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도 가끔은 야외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거나 여러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일반적으로 어떠한 환경에서 더 효율적으로 지치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면 하루, 한 주, 한 달의 일정을 짜는데 있어서 더 효율이 높은 쪽으로 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사용 설명서 –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활동 (2025년 8월 기준)
집 vs 밖 : 집안의 활동. 약간의 야외 활동 추가 필요.
혼자 vs 함께 : 혼자하는 활동
단순 작업 vs 정신노동 : 창작적인 정신노동
즉흥적 vs 계획적 : 계획적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