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를 위한 사용 설명서가 필요하다

by 그림공장

휴대폰, 냉장고도, 책상 위 스탑워치도 설명서가 있는데, 나는 왜 설명서가 없을까?


하루 몇 시간만 몰입할 수 있고,

감정은 예고 없이 다운되며,

기분 전환에는 정확한 타이밍과 조건이 필요한 이 몸과 마음.


같은 스펙을 가진 가전제품도

누군가는 정성스럽게 관리해서 오랫동안 쓰고,

누군가는 버튼 몇 개만 누르다 쉽게 고장 낸다.

나는 지금까지 나를 얼마나 잘 사용하며 살아왔을까?

내가 가진 수많은 능력 중 기본 기능만 쓰고 있는 건 아닐까?

반대로 너무 무리하게 돌리다가 과열되진 않았을까?

이러다 저장도 하지 않고 한 순간 전원이 꺼져 버리지는 않을까?


문득 상상해본다.

메타버스 어딘가에 백 명의 '나'가 존재한다면,

2025년의 한국의 '나'는 과연 나를 얼마나 잘 사용하고 있을까?


이 연재는 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40년간 쓰다 보니 너무 익숙해서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나’에 대해

하나하나 관찰하고, 기록하고, 조심스럽게 연구해보려 한다.

기본 사양부터 감정 반응, 회복 루틴, 인간관계, 성장 욕구,

그리고 나를 지금으로 이끈 과거와 앞으로 이어질 미래의 생각까지.

나를 나답게 이해하고,

앞으로 더 잘 사용하기 위한 매뉴얼북.

이제부터, 《나 사용 설명서》를 펼쳐본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