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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태 Dec 24. 2022

코로나 군번이 말하는 군대 격리의 심리학적 특징 3가지

[독] 9 : 지루함의 심리학

군대 격리 중 휴대폰이 있어도 군인들은 지루함을 느낀다.


전염병에 걸리면 가장 먼저 취해지는 조치는 “격리”다. 그만큼 물리적 거리를 두는게 전염병 전파 차단에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갑게도 이런 전엽병에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는 군대다. 군대는 공용 공간에서 많은 인원이 사용하고 거주하며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각각의 군부대에서는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이를 관리하기가 쉽지않다.


https://www.youtube.com/watch?v=O2qZh9a7gDM

전염병 전파에 있어 군대의 취약점을 보여주는 스페인 독감 사례. 벌거벗은 세계사, 5:33 부터 시청

 

그럼에도 각 부대는 임의적으로라도 공간을 만들고 최대한 가용 자원을 활용해 확진자 및 접촉자의 격리를 실시한다. 나 역시도 두 번의 휴가 복귀, 한 번의 확진자 밀접촉으로 인한 격리를 하는동안 스스로를 그리고 같이 격리한 중대원들을 보며(놀랍게도 3번의 긴 격리동안 구성원들이 전부 달랐다.) 발견한 군대 격리의 심리학적 특징 3가지가 있다.  



<미리 알아야 하는 이야기>

1) 격리중에는 휴대폰을 사용하게 해준다.(격리중 비상시 연락 용도 및 상시 건강상태 체크)

2) 밥은 주기적으로 도시락을 배달해준다.

3) 부탁하면 중대원들이 px(군대식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다준다. 즉, 격리중에도 먹을거리를 계속 조달 받을 수 있다.     


격리는 어떠한 느낌이 드는가? 갑갑하다. 휴대폰이 있다 하더라도 평소와 다른 생활패턴 한정된 공간에서 모든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 지루하다. 물론. 휴대폰만 준다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이들도 있다. 군대 격리중에도 당연히 그런 병사들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결국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들 지루함을 느꼈다.


     


1 px(군대식 편의점) vip회원이 된다     


pg 129 먹기는 슬픔이나 불안보다 지루함과 훨씬 연관성이 높아 보인다.      


격리에 들어가면 부쩍 먹는량이 늘어난다. 격리만 들어가면 다들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먹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격리기간동안 쿠쉬쿠쉬 과자와 하겐다즈를 엄청 먹어댔다. 그리고 3끼 식사 중 꼭 한 끼는 라면을 같이 먹었다. 평소보다 활동량이 현저히 적어지는데 먹는량은 늘어났다. 왜냐고? 격리 중에는 먹는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하니까.      


pg 130. 사람들은 지루할 때 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먹는 일에 몰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때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선택한다.     


영화관에서 상영관 입장 전 그리고 영화 시작 전 팝콘을 계속 주워 먹다가 영화가 시작하고 영화에 몰두하면 먹을 것에 손이 잘 안간다. 가끔 지루할 때 입이 심심하다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확찐자(격리기간 동안 몸무게가 늘어서 확진자 + 살이 찌다에서 나온 신조어)는 활동량이 적어서도 있지만 지루함이라는 심리적 요인도 포함되었음이 틀림없다.     

        



2 아무리 쉬어도 결국 탈출하고 싶다.     

격리는 정말 편하다. 일 안해도 되고 밥은 시간되면 가져다주고 휴대폰도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격리가 풀리길 바란다. 특히, 군생활 중 격리를 하면 많게는 2주까지 군생활을 그냥 흘러보내는 이점을 얻는다. 평소보다 정말 좋은데도 왜 이리 우리는 격리가 풀리기를 바랬을까?      


이는 극한 상황에서도 지루함을 느낀다는 사실로서 유추해볼 수 있다. 1898년 벤지카호를 타고 할해를 떠난 벨기해 탐험대는 최초로 남극대륙에서 겨울을 지냈는데 이때 프레더리 쿡 이라는 미국인 의사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족한 장비와 의복, 일상화된 괴혈병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더디게 간다는 느낌 따분함 이었다. 크게 두가지 유발요인이 있다.     


첫 번째는 늘 같은 행동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에 느끼는 고립 생활의 단조로움이다.      


두 번째는 주변환경에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때 느껴지는 시간의 더딘 흐름이다.     

 

당연히 군대의 격리가 위의 예시처럼 포류보다 더 극한의 상황은 아니지만 강력한 공간의 통제가 이루어진다. 거기에 기본적인 군대의 시간통제가 더해져 어느 정도의 극한 상황이 형성된다. 격리는 특히 군대의 격리는 집과 다르게 대부분의 시간을 방 하나의 공간에서 여러명과 보낸다. 당연히 실내에 있기에 주변환경의 변화가 더디다. 늘 같은 행동의 연속이다. 먹고, 휴대폰하고, 자고 그 와중에도 몇몇 인원들은 책을 읽고 운동을 해서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극히 일부이다.     


놀랍게도, 휴대폰만 있어도 잘 시간을 보낸다는 사람 일지라도 제한된 공간 그리고 일상 생활에 대한 자기 통제력이 줄었다는 사실에 1주~2주가 소요되는 장기간의 격리기간 동안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지루함을 느낀다. 막바지에는 대부분 더 이상 휴대폰으로 할게 없다고 말한다.(물론 그러면서 하염없이 휴대폰을 만진다.)      


그렇다면 왜 스마트폰이 이를 해결해주는데 한계가 있을까?     

스마트폰에 중독된 우리 눈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 그리고 인터넷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를 사로잡고 단기적으로 우을증을 완화하도록 설계되었다. 애초에 이들의 목적은 주로 시간 보내기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새로운 것을 추가하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최신화 되며 새로움을 가져다준다. 그렇기에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휴대폰에 손이 가는건 당연하지만 결국 이 지루함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pg 203.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지루함을 덜어주는 묘한 매력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용자를 실망시키고 장기적으로 상황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3 그럼에도 휴대폰 반납을 아쉬워한다.     

격리 중에는 평소 군대 일상 보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 동안 휴대폰을 만지고 결국 격리 막바지에는 “이젠 휴대폰으로 할게 없어.”라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격리 해제 시 휴대폰을 제출할 때 다들 폰을 내기 싫어한다. 당연히 사회였다면 절대 제출하지 않았을 휴대폰을 제출하는게 싫다. 그런데 사회에서보다 휴대폰을 더 많이 만져놓고 또 그날 17시 30분에 다시 휴대폰을 받음에도 이런 반응은 왜 일어날까? (나 역시도 싫었기에 책을 읽으며 매우 궁금증이 들었다.)     


군대의 공간적 분리와 고립을 상징하는 철조망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원하고 타인과 연결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군대는 사화와 멀리 떨어진 공간이다. 요즘은 병사들도 정해진 시간 동안 휴대폰을 상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병사 신분에서 부대라는 공간의 제약을 이기기는 어렵다. 군대 내 새로운 만남 새로운 인연이 있지만 필연적으로 자신의 본래 자리를 그리워 한다. 병사들에게 휴대폰은 사회와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쉽게 실현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https://www.youtube.com/watch?v=6XQocV_oASk

군대 그 자체로서 격리 만큼은 아니지만 시간과 공간의 통제권을 사회보다 상대적으로 잃게 된다. 실제로 군인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시 휴대폰 사용 시간이 아니었기에 간부들을 통해 그 소식을 들었다. 그만큼 휴대폰이 없다면 정말 사회와 단절된다. 격리와 상관없이 휴대폰 제출은 사화와의 연결 통로를 끊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담

그럼 이러한 제한사항이 많아지는 격리 나아가 통제되는 군대에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의미있게 사려면 어떡해야 할까? 책에서 두가지 방법으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1.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기 통제력 발휘하기     

제2차세계대전 중 독방에 500일 이상 갇혀있었던 크리스토퍼 버니는 전쟁 포로 이야기에서 식사배달 시간과 돌벽에 드리우는 그림자로 날짜를 구분했다고 한다. 또한, 부족한 아침식사 였음에도 나중에 먹으려고 일부러 남기는 행위를 통해 자기통제력을 발휘했으며 하지 못할 때에는 기분이 급격히 나빠졌다.      


즉 자신이 갖고 있는 자율의 범위 내에서 통제권을 발휘해야 한다. 실제로 나는 격리 중 일부러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자 했다.  물론 휴대폰의 유혹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독서와 운동 후에는 다시 작은 화면 속에 빨려들어 갔지만 특히 운동을 통해 신체활동을 이끌어 냈을 때 컨디션이 올라갔다.


평소에는 개인정비시간(자유시간)에 휴대폰만 하기 보다 다른 일들을 통해 본인의 의지대로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역시 가장 쉬운 행동은 운동이다. 군대라는 제한사항에 매몰되기 보다 어차피 보내야하는 시간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행동하자.     


 규칙적인 일상이라도 스스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시간은 견딜 수 있다     



2. 의미 부여하기.      

“야, 이런거에 의미 부여하지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소한 일이라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하는 이들이 종종 듣는 말인데 나는 반대한다. 사소한 일이어도 의미를 부여하나 아니냐에 따라 나아가 군생활도 스스로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냐에 따라 그 시간이 달라진다.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

죽음의 수용소에서 로 유명한 빅터플랭클이 언급한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 이는 최악의 비인간적인 상황을 견디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하물며 수용소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의미 부여의 힘인데 어디서든 안통할 까.


pg 177.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지 못한 사람은 자주 지루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부대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특성과 임무가 다르며 무엇보다 군대에서 적극적으로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게 쉽지 않고 통상적인 시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스스로도 선진병영이라는 정책하에 과거 군대보다 병사들이 지내기 좋아졌기에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인정한다. 타인의 군생활까지 미화시키려는 의도는 없다. 그러나 그저 군생활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주체적이고 그 흘러가는 시간을 무의미하게만 보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군생황은 그저 내 인생에 잠깐 지루함일 뿐이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길게 서있는 동안 지루함을 느끼는 거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줄서는게 아닌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의 목적은 저 멀리 있다. 그러니 우리의 궁극적 목표를 생각하자.  .




<<지루함의 심리학>>은 막연히 느끼는 "지루함"을 의식적으로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지루함이란 거의 모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기에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하다. 놀랍게도 군대에 관한 글이지만 군대 생황이 아닌 대학교 수업 들을 때 지루해했던 경험이 책을 읽게된 동기이다. 실제로 최근 다시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적용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군대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도 치환해서 적용하며 지루함 속에서 주체성과 통제력을 찾아가는 삶을 살자



  지루함은 의미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그 의미를 되찾으라고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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