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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베이커 Jan 31. 2024

[아트 한입] 두 번째 100년 역사의 시작

헤레디움 | 《안젤름 키퍼: 가을》2023.9.8 - 2024.1.31

[아트 한입] 두 번째 100년 역사의 시작 © 2023. ART BAKER


1월의 마지막입니다.


어느덧 올해를 시작하는 달의 마지막 날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

차가운 겨울바람에 당신의 마음 만은 따뜻하게 해 줄 공간을 소개합니다.


대전역에서 함께 하는 이와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며 걷다 보면,

혹은 홀로 사색에 잠긴 채 산책을 하다 보면 금방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바로 클래식 음악과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이 함께하는 역사문화공간(Historic Cultural Space), 헤레디움(HEREDIUM)입니다.



01 두 번째 100년의 시작



헤레디움의 외관을 보고 있으면, 오랜 역사와 현재가 한 건축물 안에 공존함이 느껴지는데요.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12월, 구 동양척식회사의 대전 지점 대전역 근처의 쌀시장이 형성된 동구 인동지역에 지어졌습니다. 대영제국의 동인도회사를 본뜬 대표적인 수탈 기관이었던 동양척식주식회사는 당시 전국 9개 지역 지점으로 운영되었으며, 현재는 부산, 목포, 대전 지점 세 건물만 남아 있습니다.


대전 지점은 1945년 해방 이후 일제의 귀속재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업무시설이었던 신한공사, 1949년 대전 체신청과 1955년 대전 전신전화국으로 사용되다 1984년 민간에 매각되어 상업 시설로 사용되었고, 2004년 9월 근대 건축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 제9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건물이 지어진 지 100년이 지난 2022년, 다양한 고증 자료를 바탕으로 한 2년여에 걸친 보수 및 복원 작업을 통해 복합문화예술공간 '헤레디움'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근대건축문화유산 '헤레디움'은 대전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새로운 100년 역사를 시작하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02 안젤름 키퍼 at 헤레디움



지금, 헤레디움에서는 안젤름 키퍼: 가을》 전이 열리고 있는데요.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b.1945)는 독일의 화가이자 조각가로, 작품에 짚, 재, 점토, 납, 도료 등을 사용하여 부조에 가까운 회화 작업 및 설치 작업을 선보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태어난 안젤름 키퍼는 독일의 전후 정체성과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예술과 문학, 회화와 조각을 융합합니다. 안젤름 키퍼는 2007년, 생존 작가로는 두 번째로 루브르 미술관에 영구적으로 선보일 작품을 설치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Die Blatter fallen, fallen wie von weit, als welketen in den ferne Himmeln Garten, 1995 - 2021


낙엽으로 떨어지는 빛이 만들어 내는 강렬한 색감을 포착한 풍경화인데요. 안젤름 키퍼의 작업은 구상도, 추상도 아닌 그 경계선 어딘가에 위치하여 관객에게 멈춰서 생각해 볼 틈을 줍니다.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2022,83 x 288 x 183cm. 118 laterite and straw bricks


폐허는 무엇인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 내겐 중요해요. 폐허야말로 창조가 시작되는 지점이죠.




03 현시대의 미술과 클래식 공연이 선사하는 영감의 시간



헤레디움에서는 안젤름 키퍼의 작품이 주는 예술적 영감과 함께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연주자께서 곡에 대한 이야기도 직접 들려주시고, 어떤 마음으로 연주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며, 예술이 주는 영감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와 제 옆에 계신 관람객분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의 연주였다는 비하인드 함께 전해드립니다. 가까운 곳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감정을 나누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연주였습니다.





04 재생 건축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 Carr)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재생 건축이란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새겨진 낡은 건축물에 복원과 재건이라는 숨결을 불어넣어 새로운 장소성 미래 가치 부여하는 일입니다.


1922년 일본 건축가 오쿠라구미(大倉組)가 설계한 이 건물은 1932년 완공된 충남도청 건물과 함께 당시 대전을 상징하던 신식 건축물이었으며 철근콘크리트와 붉은 벽돌 그리고 경사지붕으로 구성된 2층 규모의 절충주의 서양식 건축양식이 특징입니다.


헤레디움은 재생 건축을 통해 근대 건축물의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는 동시에 동시대의 문화예술을 담아 새로운 미래 가치를 후대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건물에 전체적으로 사용된 붉은색 치장 타일이 남아있는 부분과 증축된 부분의 타일 간의 차이가 보이시나요? 한 벽면 안에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큰 길가를 따라 헤레디움이라는 상호를 각인한 전면의 석조 출입구는 1950년대 이후 전신전화국으로 사용될 당시의 고증 자료를 토대로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출입구의 보존을 위해 실제로는 건물 안쪽에 자리한 입구로 드나들 수 있게 해 놓은 점도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문이지만, 실제 문으로서 기능을 하기보다는 상징적으로 자리한 문입니다.



철제 출입구 또한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감각적인 로고가 돋보이는 실제 출입구는 앞서 함께 보았던 붉은색 타일과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안뜰 풍경을 그려냈습니다.



1월의 마지막을 대전 헤레디움에서 함께 맞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공간에 가닿아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벗어난 큰 환기가 되는 시간을 선사해 줄 헤레디움과 아트 한입 해보시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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