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언(1979)>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디테일

by BK

8장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가 아니라 미술감독이지만) 이야기를 신빙성 있어 보이게 만드는 일을 하는 예술가로서,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관객이 작품에 정서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자기 동일시이다. 실제의 삶 속에서 우리가 가지는 욕망을 대신해서 추구해 가는 존재인 주인공과 자기 동일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 신빙성이다. 이 이야기를 믿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 속의 세계가 믿을 수 있는 세계라는 사실을 관객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

(…)

신빙성이 실제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에 당대적인 분위기를 덧입힌다고 해서 신빙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신빙성은 이야기에 구현된 세계가 내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있고 그 세계의 폭과 깊이, 그것을 채워주는 세부 사항들이 서로에 대해서 진실일 때에 얻는 것이다.” (Story, p257)


이러한 신빙성은 ’ 사실성’과는 관계가 없으며, 전혀 불가능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더라도 철저한 신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예로 든 영화가 에일리언(1979)이다.


개인적으로 역대급이라 생각하는 영화 포스터


이전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디테일-이 말도 안 되는 코스믹 호러 이야기와 우리 삶의 공통점에 대해서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어 그대로 옮겨 본다.


“이 영화의 도입부 시퀀스에서 항성 간 수송선을 운행하는 승무원들이 침실에서 나와 식당에 모인다. 이들은 작업복을 입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 식탁 놓인 유리 상자 안에서는 장난감 새가 까딱거리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자그마한 장난감 등의 수집품들이 이들의 생활공간 이곳저곳을 차지하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벌레가 천장에 매달려 있고 침대머리에는 가족사진이나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들이 붙어 있다. 승무원들은 일이나 고향집이 아니라 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운항 계획에 들어 있지도 않은 이번 착륙지에 대한 항목이 계약서에 들어 있던가? 이런 계약 외 노동에 대해서 회사가 보너스를 지불할까?


바퀴 열여섯 개짜리 초대형 트레일러의 좌석칸에 타본 적이 있는가? 내부가 어떻게 장식되어 있던가? 계기판 위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성인상이 올려져 있고 읍내 경연 대회에서 탄 푸른 리본, 가족사진,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과 같은, 이런저런 자그마한 기념품이나 수집품들이 여기저기 부착되어 있다. 트레일러 운전사들은 집보다 트레일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집안의 한 부분을 길로 옮겨온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휴식을 취할 때 가장 주된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돈이다. 주말 근무, 시간 외 근무, 이 일이 계약 내용에 들어 있는가 하는 이야기들.“(P257-256)




우주 수송선과 트레일러 운전기사라니. 하지만 모든 새로운 픽션들은 우리 삶에서 발견한 공간과 인물들의

재조합이다. 우리는 오로지 우리가 아는 것을 통해, 알지 못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상상할 수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에일리언이라는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명작을 만들기 위해서, 이 충격적인 괴물을 고안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조사와 영감이 필요했을지 헤아려보게 된다.

처음 나타나는 괴물은 갑각류 같기도 문어 같기도 한 모습을 가졌다. 케인의 머리를 꽉 덮은 모습은 한 인간의 생명-숨통을 꽉 틀어막아 통제하고 있는 듯하다.



케인 얼굴을 잡고 있는 괴물의 다리를 잘랐다가 분사된 괴물의 피는 바닥에 닿는 순간 우주선의 바닥과 천장을 세 층이나 뚫어 버린다.

이러한 괴물의 설정은 아직도 여전히 충격적이고 공포스럽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같은 최근의 시리즈에서도 괴물의 본질은 그대로이고, 여전히 먹힌다.) 그만큼 훌륭한 이 업적에 대해서 맥키도 “제작에 참여한 모든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능을 다 활용했다”며 칭송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빙성은 <세부 사항의 전달>에 달려 있다. 작가가 상당한 정도의 주요 세부 사항들을 제공하면 관객들의 상상력이 나머지를 보충하여 신빙성을 갖춘 전체 이야기가 완성된다. “ (p. 277)


이처럼 작가는 자신이 창작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믿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수많은 자료들 중에 어떤 것을 자신의 작품에 가져올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작품을 고유하게 만들어간다. 이러한 속성은 내가 하는 일도 마찬가지이기에 아래의 구절이 더 인상 깊게 남았다.


"독창성은 특이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신빙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투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개인적인 스타일이란 자의식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야기의 설정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작가로서의 지식이 작가의 개성과 만날 때, 다시 말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리되지 않은 자료들 속에서 작가 자신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들을 골라내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개인적 스타일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작가라는 사람만큼이나 독창적인 존재가 된다." (p278)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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