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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Apr 13. 2023

원자는 영원불멸해요

< 김상욱 _ 물리학자 >

< pixabay.com >



보통 죽음을 기이한 현상으로 생각하는데

물리학자의 눈으로 우주를 보면

이 우주에는 죽음이 자연스러운 거예요.

오히려 산다는 것, 생명이 더 이상한 거예요.


사실, 지구 바깥에서 생명체를 본 적이 없어요.

즉, 이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죽음이 가장 자연스러운 우주의 상태인 거 같아요.


원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죽은 상태에 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이유는 모르지만 모여서 살아있는 상태가 돼요.

생명이라는 정말 이상한 상태로 잠깐 머물다가 

죽음이라는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로 돌아가는 거죠.


이런 사실을 깨닫고 나면

내가 살아있다는 이 찰나의 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돼요.



< pxfuel.com >



원자는 영원불멸해요.


지금 모여서 내 몸을 이루고 있지만 내가 죽으면 뿔뿔이 흩어져서

나무가 될 수도 있고 가벼운 원자는 지구를 떠날 수도 있어요.

다른 어떤 별에 가서 별의 일부가 될 수도 있고

이렇게 우리는 원자의 형태로는 영생할 수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또 한편으로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원자의 형태로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들은 또 위안을 주더라고요.



< pixabay.com >

.

.

.

사실 위안은 안되죠.

사람이 사라졌는데.

내가 사랑하던 존재가 사라진 건데.


하지만 어떡하든 거기서 의미를 찾아서 자신을 추스르려는 노력의 하나겠죠.

어떤 분은 종교에서 그런 걸 찾기도 할 거고 어떤 사람은 철학이나 예술이나 음악에서 찾겠지만

우리는 과학자고 아는 게 그것뿐이니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거고

큰 위안은 되더라고요. 저한테는.

당시에는. 당시에는.



< 김상욱 _ 물리학자,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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