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JIN May 20. 2023

묻고 싶은 게 많아서

이병률



문득 행복하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기울고 있어서가 아니라

넌 지금 어떤지 궁금할 때.


많이 사랑했느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게 누구였는지 알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만큼을 살았는지,

어땠는지 궁금할 때.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보다

누구를 사랑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시간이

낫지 않느냐고 묻고 싶다.


불가능한 사랑이어서,

하면 안 되는 사랑일수록

그 사랑은 무서운 불꽃으로 연명하게 돼 있지 않은가.


누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답답함 때문이 아니라

누가 내 마음을 알기 때문에

더 외롭고, 목이 마른 이유들을 아느냐고 묻고 싶다.


묻고 싶은 게 많아서 당신이겠다.


나를 지나간

내가 지나간 세상 모든 것들에게

'잘 지내냐'고 묻고 싶어서

당신을 만난 거겠다.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_ 14# 묻고 싶은 게 많아서 ]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