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당신과 나는 어쩌면 진짜
하나의 바다였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으면 바다가 있는데,
고립된 거대한 바다가.
그곳엔 영원히 침식된 문장과
끝끝내 죽어버린 고백과
감각의 요람과
그 사이를 귀신처럼 배회하는 내가 있었다. 내가.
파도가 치는 마음이 두 개가 있었지.
그 거대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가 서서히 다가가
확 빠져 죽어도 좋을, 사랑을 하자.
파도와 파도가 철썩이며 뒤엉키는 그 멀미를 사랑하자.
서로에게 뛰어들어 단 하나뿐인 무언가를 발견하자.
닿아본 적 없는 심해의 깊이를 탐험하자.
가만히 파도 소리를 듣는다.
파도는 당신의 맥박을 닮았고, 더 이상 언어 따위는
종말해도 무관할 이 순간을 닮았고,
부서져도 좋을 심장을 닮았다.
오래전 당신과 나는
어쩌면 진짜
하나의 바다였다고 생각했다.
[ 구겨진 편지는 고백하지 않는다 _ 안리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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