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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Jul 02. 2020

나를 그냥 버려두지 마라

왜 이것밖에 _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中>


Image by tiago cardoso from Pixabay


 어느 비 오는 날,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한 청년이 히치하이크를 해서 샌프란시스코에 가기를 원했다. 비를 맞으며 몇 시간을 기다려도 다른 도시로 가는 차들만 지나갈 뿐이었다. 마침내 청년은 신에게 기도했다.

 "하느님, 제발 샌프란시스코에 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간절한 기도를 들은 신은 근처를 지나는 차 한 대를 서둘러 청년 쪽으로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몬터레이 시까지 가는 차였다. 청년이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는 말을 들은 운전자가 마침 잘되었다면서 몬터레이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하자 청년은 거절했다. 자신의 목적지는 샌프란시스코이지 도중의 몬터레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몬터레이에서 샌프란시스코가 멀지 않으니 그곳에서 다른 차를 얻어 타면 된다고 설명해도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운전자는 하는 수 없이 그를 빗속에 남겨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신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신에게, 삶에게 묻곤 한다.
'왜 나에게는 이것밖에 주지 않는 거지?'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목소리가 답한다.
 '이것만이 너를 네가 원하는 것에게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삭임을 듣지 못할 때
우리는 세상과의 내적인 논쟁에 시간을 허비한다.


  자신이 결코 팔을 갖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새의 몸에서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Image by Sourabh yadav from Pixabay



 내 안에 가득한 불평과 불만들은 어쩌면 낯선 차에 올라타야 하는 두려움과 다시 차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한 요란한 변명일 뿐인 것은 아닌지.

 걷지 않고 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걸어보지도 않고 두 다리가 아플 것이라고 말하는 어리석음 속에서 나는 매일 나를 나약하게 길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불안을 바꾸기 위해선 불안을 두 팔로 감싸 안고 움직여야 한다.

 비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빗속을 걸어 그곳을 벗어나야 한다.


 빗속에 나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마라.

 불행 속에 나를 그냥 버려두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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