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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지키는 방법]

상생하여 서로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하다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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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가는 어떻게 작업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전업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오롯이 작업과 전시, 그리고 다음 작업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채우는 일이다. 이 길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내면의 질문은 끊임없고, 전시를 통해 받는 작고 섬세한 피드백 하나하나가 다음 작업을 위한 에너지가 된다. 하지만 현실적인 생존의 문제는 늘 작가의 발목을 잡는다. 대부분의 작가는 작품 판매가 유일한 수입원이 되며, 브랜드 협업 등 부가적인 기회는 일부에 국한된다. 그러기에 많은 작가들이 결국 갤러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갤러리 역시 그들을 작가와 함께 시장을 열어가는 동반자이자, 유일한 유통 파트너로 삼는다.


문제는 이 구조가 결코 견고하지 않다는 점이다. 갤러리 역시 풍부한 자본 없이 버텨야 하는 생존의 최전선에 있으며, 작가와 갤러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현실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예술계에서 자주 말하는 ‘상생’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연대와 배려를 실천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옥승철 작가의 사례는, 서로를 지키는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시장에서 작품성과 명성을 동시에 인정받던 옥승철 작가는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그의 주요 작품들이 롯데 전시를 통해 다시 대중과 만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작품 소장자의 협조가 있었다. 전시는 작가의 리터치와 관리 약속 아래 이루어졌고, 이는 작가, 소장자, 유통 구조가 함께 상생하며 작가를 지켜낸 의미 있는 결과였다. 쉽지 않은 연대였기에 더 큰 박수와 감사가 전해져야 한다.


예술 시장은 일반적인 소비재 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무형 자산의 가치를 다루며, 무조건적인 공급 확대가 시장을 키우지도 않는다. 오히려 수요와 공급의 섬세한 균형, 적정량의 노출, 타이밍에 맞는 전략이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경우, 너무 빠르게 팔고 싶고, 지금 이 순간 수익을 만들고 싶다는 조급함에 과도한 공급이 이루어지고, 시장은 작아진다. 작가와 갤러리가 각자 따로 움직이며, 자신만의 작은 유통 구조 안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결국 함께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좋은 작가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많이 팔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시장과 예술 사이의 간극을 전략적으로 메우며, 그 작가에게 가장 적합한 플랫폼과 노출 방식, 성장 구조를 설계해 주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예술의 다양성과 확장성이라는 본질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더 많은 이들이 작품을 접하고, 더 넓은 스펙트럼에서 작가가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 단, 그것은 단순한 이미지 소비로 끝나서는 안 된다. ‘좋은’ 작가, 곧 자신의 작업에 대한 가치 증명을 스스로 감내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닌 작가에게는 더더욱 시장의 설계가 필요하다. 그저 순수하게 예술을 전파하고 싶다는 이들의 경우에는 다른 길이 필요하겠지만, 고부가가치 예술 시장을 지향한다면, 전략은 곧 생존의 방식이 된다.


지금은 단순한 불황의 시기가 아니다. 시장의 리듬이 꺾인 것이 아니라, 시장의 ‘성질’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시기다. 기존 방식이 더는 통하지 않고, 모든 플레이어가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는 전환점에 서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작가가 작가답게 존재할 수 있도록, 갤러리가 유통을 넘어 큐레이션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컬렉터가 시장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 구조 전체가 상생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파도 앞에 다시 설 수 있다.


예술은 결국 혼자 이룰 수 없는 일이며, 좋은 작가를 지키는 일은 곧 이 세계를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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