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예술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평균 15% 수준이던 예술 자산의 비율은 2025년 들어 20%까지 높아졌으며, 특히 순자산 5천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UHNW)들의 경우 평균 28%라는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Gen Z 세대 컬렉터들의 평균 비중이 26%에 달해 전체 평균을 상회한다는 사실이다. 예술품을 단순한 취향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러한 흐름은, 컬렉팅 연차가 길수록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예술품의 가치는 단지 경제적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HNWI(고액 자산가)의 84%는 예술품을 상속받은 경험이 있으며, 이로 인해 이들의 현재 컬렉션 중 평균 30%는 상속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컬렉션은 개인적 취향을 넘어 가족 자산으로 확장되며, 많은 컬렉터들은 자신의 컬렉션을 자녀 또는 파트너에게 물려주거나 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예술이 세대 간 감성과 자산을 잇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술품 구매에 투입되는 실제 지출 규모 역시 적지 않다. 2024년 기준으로 평균 구매 수량은 14점, 평균 지출액은 약 43만 8천 달러에 달한다. 특히 여성 컬렉터들의 지출 규모가 남성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세대별로는 Boomers가 약 99만 달러, Millennials는 약 52만 달러를 지출하는 등 세대 간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취향 소비를 넘어 예술품이 고액 자산가의 핵심 투자 항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의 장르에 대한 선호도에서도 세대와 성별에 따라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여전히 전체 컬렉터의 78%가 회화를 구매하고 있으며, 지출 비중으로도 27%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아트 역시 급부상하고 있다. 컬렉터의 절반 이상(51%)이 디지털 아트를 구매해 본 경험이 있으며, 이 장르에 대한 지출 비율은 조각과 동일한 14% 수준까지 올라섰다. 특히 여성 컬렉터들은 사진, 영상 등 비회화 매체에 대한 선호와 투자 비중이 높았다. 세대별로는 Boomers가 전통적 회화를 선호하는 반면, Millennials는 판화와 사진 같은 종이 기반 작업에 관심이 많고, Gen Z는 디지털과 영상, 필름 기반의 새로운 장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진 작가에 대한 관심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전체 컬렉터의 66%가 신진 작가의 작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으며, 여성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 비율 역시 꾸준히 상승 중이다. 물론 무명 작가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는 비율도 52%에 달하지만, 여성 컬렉터들은 비교적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작가와 장르에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컬렉터의 역할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예술 생태계 내 적극적인 참여자임을 시사한다.
작품 유통 경로에서도 변화가 관측된다. 전통적으로 갤러리와 딜러가 핵심 유통 채널이지만, 아트페어의 위상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작가와의 직접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한 거래, 작가의 스튜디오 방문, 커미션 방식 등은 전통 유통 구조를 넘어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컬렉터들의 문화 활동은 구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4년 기준으로 평균 48건의 예술 관련 행사를 방문했으며, 이 중 박물관 14건, 갤러리 7건, 아트페어 6건 등의 참여가 포함된다. 아티스트 스튜디오나 경매장 방문 등도 빈번하며, 이러한 참여는 단지 관람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며 컬렉션의 맥락을 풍부하게 만든다.
향후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긍정적이다. 컬렉터의 40%는 향후 추가 구매를 계획 중이며, 판매 의향은 25%로 전년 대비 다소 낮아졌다. 이는 시장의 안정성과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회화와 조각의 수요는 여전히 높으며, 디지털 아트와 사진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시계, 디자인, 빈티지, 보석류 등 컬렉터블 시장 전반으로의 확장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렉터들은 여전히 몇 가지 구조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국제 무역 장벽, 세금 및 법적 리스크, 개인정보 보안 문제, 시장 내 투명성 부족 등은 여전히 시장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84%의 컬렉터는 향후 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으며, 81%는 12개월 내 시장 흐름이 안정적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예술품은 감성적 가치와 함께 재무적 자산으로서도 강력한 위치를 확보해가고 있다. 특히 여성 컬렉터와 젊은 세대는 시장의 중심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으며, 디지털 아트와 작가 직접 판매 구조는 전통적 유통 방식을 재편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현재, 미술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시기에 도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