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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로 만나는 작가들]

매체를 넘어선 당위성의 질문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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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특정한 매체와 결합해 세상에 전하는 사람이다. 보통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표현할 수 있는 매체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같은 주제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매체를 택한 작가들을 함께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넘어,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진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흔히 완성된 작품을 보고 주제를 유추하며 작가를 분류하려 했다. 하지만 작품의 결과물만으로는 작가의 본질적인 관심사와 지향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예술의 핵심은 결과물이 아니라 그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과 그 과정에 담긴 동기, 그리고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왜 특정 매체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유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질문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단순히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왜 이 주제를 택했는가” “왜 이 매체를 선택했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작가 자신도 이 질문에 대해 분명히 답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답변 속에 담긴 당위성이야말로 예술을 지탱하는 본질적인 힘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니라 주제다. 같은 주제를 붙들고 있다면 서로 다른 매체의 작가들도 하나의 장 안에서 모일 수 있다. 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주제에 대한 당위성을 공유하는 작가들을 모으고, 그들의 삶의 방식과 예술적 선택을 세상에 전하고 싶다. 그것이 단순한 전시나 프로젝트를 넘어, 진정으로 동시대 예술이 지닌 힘을 보여주는 방식이라 믿는다.


#주제 #매체 #당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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