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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글씨나 텍스트가 들어가는 이유와 영향>

by 김도형

미술 작품에서 글씨나 텍스트가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의 의미를 강화하거나,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미술사적으로 보면, 고대에는 주로 역사의 기록이나 신성한 메시지의 전달을 위해 사용되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미술이 점점 사실적인 표현을 지향하면서 설명적인 텍스트의 사용이 줄어들었다.


이후 콜라주(collage) 기법의 발전과 함께 텍스트는 다시 미술 작품 속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는 신문지 조각이나 활자 텍스트를 포함시키며 전통적인 회화의 개념을 확장했다. 또한, 다다이즘(Dadaism)에서는 전통적 미술의 개념을 부정하고 뒤집기 위해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결정적으로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는 작품 속 텍스트를 통해 언어와 이미지의 관계를 의문시하는 역할을 하며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었다.


20세기 후반에는 텍스트가 단순한 보조 요소를 넘어 독립적인 작품의 일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팝아트에서는 말풍선과 브랜드 로고가 작품 속으로 들어오며 대중문화와의 접점을 강조했고,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는 텍스트 자체를 작품의 핵심으로 삼아 개념 미술(Conceptual Art)의 중요한 흐름을 만들었다. 또한,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는 광고 스타일의 그래픽과 강렬한 텍스트를 결합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미술과 대중 매체의 경계를 허물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제니 홀저(Jenny Holzer)와 같은 작가들이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거리, 빌보드, 네온사인 등의 공공 공간을 활용하며 텍스트 자체가 작품이 되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텍스트는 예술 작품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도구다. 작품 속 텍스트는 새로운 해석을 제공할 수 있지만, 반대로 과한 설명이 작품의 함축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특히 페인팅에서 텍스트의 사용은 신중해야 하며, 적절한 기능을 고려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불필요한 텍스트 없이도 회화만으로 강한 서사적 전달이 가능했던 것처럼, 지나친 설명은 오히려 작품의 깊이를 저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술작품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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