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디자인은 형태와 기능을 창조하는 행위로 정의되었다. 디자이너는 재료를 선택하고, 형태를 구성하며,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는 창작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디자인의 개념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벗어나, 존재하는 요소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재조합과 해석이 곧 디자인이 되는 시대, 즉 큐레이션이 곧 디자인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포스트모던 시대 이후, 창작의 개념은 점점 더 변형과 해체, 그리고 조합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배열하고 맥락을 부여하는 행위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는 큐레이션의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우리는 더 이상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필요 없이,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는 것만으로도 큐레이션을 실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큐레이션이 곧 디자인이 되기 위해서는 일관성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흐름과 맥락을 만들어내야 한다. 일관성 없이 무작위로 나열된 것은 단순한 수집에 불과하지만,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을 가지고 선별한 것들은 하나의 디자인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부터 콘텐츠 기획, 공간 디자인까지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더 나아가, 일관성은 지속성으로 연결된다.
디자인의 본질은 단순한 외형을 넘어 시간이 지나도 유지될 수 있는 정체성을 만드는 것에 있다. 꾸준히 정제된 큐레이션이 쌓이면, 그것은 단순한 조합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하나의 철학, 그리고 하나의 세계관이 된다.
결국, 디자인의 패러다임은 ‘창조’에서 ‘큐레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다. 디자인이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배열하고 맥락을 부여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된다. 큐레이션이 곧 디자인이 되는 시대,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모으고, 해석하고, 지속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