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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킹 테이프의 기능성과 예술적 영향]

by 김도형

최근 마스킹 테이프와 에어브러시를 활용한 작품이 점점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마스킹 테이프를 직선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풀처럼 붙였다가 떼어내거나 형태를 변형하는 등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된다. 이제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하나의 기법처럼 작용하며, 작품 속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마스킹 테이프는 처음에는 순전히 기능적인 도구로 활용되었다. 원래 산업용으로 개발된 만큼, 자동차 도색이나 벽화 작업에서 정밀한 경계를 형성하는 보조 도구로 사용되었으며, 미술에서도 실용적인 측면에서 주로 활용되었다. 이후 형식적인 도구로 변화하면서 색면 추상과 하드에지 페인팅에서 프랭크 스텔라, 엘즈워스 켈리 같은 작가들이 이를 활용하여 명확한 경계를 형성하고 기하학적인 구성을 실험했다. 이 과정에서 마스킹 테이프는 단순한 보조 역할을 넘어 완벽한 형태와 색의 구분이라는 개념을 확립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후 스트리트 아트와 그래피티의 부상과 함께, 마스킹 테이프는 스텐실 기법과 결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테이프의 특성상 한정된 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임시적 예술이나, 제거 과정에서 부재의 흔적을 남기는 기법이 등장하면서, 단순한 경계 설정을 넘어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드러낼 것인가라는 개념적인 탐구로 확장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마스킹 테이프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재료로 사용되거나, 임시성과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예술적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공간을 나누거나 특정 형태를 강조하는 것을 넘어, 붙이고 떼어내는 과정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시각이 등장했다. 단순한 경계 설정 도구를 넘어 감각적이며 개념적인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


마스킹 테이프와 에어브러시는 현대 미술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독특한 조합을 형성한다. 마스킹 테이프는 경계를 정밀하게 설정하고, 에어브러시는 부드러운 그러데이션과 균일한 색감을 통해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특정 영역만 강조하거나 색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며, 다층적인 레이어링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스텐실과 그래픽적 요소를 활용해 물리적 공간에서 정교한 도안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 기여하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합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의 정밀함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현하려는 시도와도 연결된다.


마스킹 테이프의 기능성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예술적 개념과 방법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간과 경계에 대한 탐구뿐만 아니라, 시간성과 과정의 시각화를 가능하게 하며, 기술적 실험을 통한 새로운 표현 방식을 만들어낸다. 특히 붙이고 떼어내는 과정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면서 즉흥성이 강조되고, 이는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비물질성과 연결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마스킹 테이프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예술적 실험과 개념적 탐구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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