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과묵함은 미덕으로 여겨졌다.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꼭 필요한 순간에만 말을 아끼지 않는 자세는 인품과 관록의 상징처럼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SNS가 중심이 된 지금의 시대에서는, 그 과묵함의 가치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을 드러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기본이 된 시대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처럼 인식된다. 오히려 일상의 작은 일도 과장되게 표현하고, 자신의 감정과 사건들을 공유하며 ‘호들갑’스럽게 리액션을 보여야 그 사회 안에서 존재감을 갖게 된다. 잘한 일은 더 크게 알리고, 힘든 일도 나누며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즉, 리액션이 곧 연결이고, 그 연결이 개인의 가치를 만든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런 방식이 쉽지 않다. ‘호들갑’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아부나 너스레처럼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현실에서 호들갑은 자칫 가볍거나 경박하게 보일 수 있다는 고정관념도 한몫한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그런 리액션이 사람을 더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존재로 보이게 한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지금은 진중한 태도만으로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다. 과장되진 않더라도, 진정성 있는 리액션과 자연스러운 노출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타인의 반응에 유연하게 공감하는 태도가 더 중요해졌다. 이는 곧 개인 브랜딩의 방식이자, 자신을 세상에 알리는 전략이 된다.
우리는 이제 직장이나 직업이 개인을 설명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사람으로 보이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나를 구성하는 여러 행위들이 모여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적당한 호들갑’은 하나의 전략이 된다.
어쩌면 지금의 미덕은 과거의 과묵함과는 반대에 있는 ‘호들갑’과 ‘리액션’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낯설고 어색하더라도, 그 틈을 넘어 자신을 표현해보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호들갑 #리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