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는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가]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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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AI보다도 더 신기하고, 심지어 비트코인의 비밀번호까지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새로운 기술이 있다. 그것이 바로 양자컴퓨터(Quantum Computer)다. 사실 양자컴퓨터라는 개념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최근 들어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현실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란 무엇이며, 왜 그렇게 특별한 것일까?


양자컴퓨터는 말 그대로 '양자역학(Quantum Physics)'이라는 과학 원리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분자, 원자, 전자처럼 아주 작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극도로 미세하고 빠른 세계는 기존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이 독특하고 신비로운 세계의 법칙을 연구하는 것이 바로 양자역학이다. 일반적인 컴퓨터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 전기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으로 계산하는데, 이를 '비트(bit)'라고 부른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활용해 0과 1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상태, 즉 '큐비트(qubit)'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0과 1을 동시에 가진다는 사실은 마치 마법처럼 들리지만, 양자역학 세계에서는 이러한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


양자역학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표적 개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각각을 수수께끼, 텔레파시, 투명망토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수수께끼'와 같은 성질, 즉 중첩(Superposition)이다. 양자 입자는 우리가 관측하기 전까지는 켜짐(1)과 꺼짐(0)의 상태를 동시에 가진다. 어떤 한 가지로 확정되지 않은 채 모든 가능성이 겹쳐진 상태로 존재하는데, 우리가 들여다보는 순간 비로소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 마치 정답이 적힌 상자가 있지만, 열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답인지 모르는 수수께끼처럼, 양자 입자 역시 여러 가능성을 품고 있다.


두 번째는 '텔레파시' 같은 연결성, 즉 얽힘(Entanglement)이다. 양자 입자 두 개가 얽힌 상태가 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상태가 신비롭게 연결된다. 하나의 입자에 변화가 생기면 다른 입자도 동시에 반응한다. 마치 쌍둥이 인형 중 하나의 옷을 갈아입히면, 다른 인형의 옷도 순간적으로 바뀌는 것과 같다. 공간적 거리를 초월한 이 연결성은 양자역학에서 가장 신비롭고도 강력한 현상 중 하나다.


세 번째는 '투명망토' 같은 모호함, 즉 불확정성(Uncertainty)이다. 양자 입자의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우리가 하나를 알아내려는 순간 다른 하나는 모호해진다. 이는 마치 투명망토를 두른 것처럼, 일부 정보를 숨기거나 흐릿하게 만들어버린다. 입자의 상태를 완벽히 파악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원리는, 양자 세계가 얼마나 불확실성과 모호성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유롭고 불확실한 양자 상태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이 양자컴퓨터 기술의 핵심이다. 양자 상태를 안정적으로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만약 가능해진다면 전통적 컴퓨터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게 된다. 양자 상태는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열, 소리, 빛, 진동 같은 미세한 자극에도 쉽게 깨진다. 그래서 양자컴퓨터는 절대 영도(-273도) 가까운 초저온, 진공 상태, 자기장 차단, 완벽한 방음 등 외부 세계와 완전히 고립된 환경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이를 '탈동조화(Decoherence) 방지'라고 부른다.


또한 큐비트는 너무 작아서 직접 손으로 다룰 수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레이저, 마이크로파, 전자기장 등을 이용해 큐비트를 마치 정교한 악기를 조율하듯 섬세하게 조작한다. 이 과정을 '양자 게이트 연산'이라 부른다. 그리고 큐비트들을 얽힘 상태로 연결해두면, 하나의 큐비트를 제어할 때 다른 큐비트들도 동시에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어, 여러 연산을 병렬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 상태는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에 작은 오류도 쉽게 증폭될 수 있어, 이를 대비해 오류를 자동으로 수정하는 '양자 에러 수정' 기법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양자컴퓨터를 제어하는 과정은 천 명의 바이올린이 동시에 완벽하게 조율된 상태로 연주하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혹은 비눗방울 위에 바늘을 세우는 것처럼 극도로 섬세하고 정밀한 조작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일단 성공하게 되면 인류의 정보 처리 방식 전체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잠재력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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