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미술관 - 벙커 465-16: 현자의 돌
2020년 드림아트랩 4.0 사업을 수행한 기관의 총괄기획자를 대상으로 올해 사업의 주안점과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을 변경한 경험, 그리고 융복합문화예술교육에 관한 견해 등을 물었다.
인터뷰: 신보슬 (토탈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Q) 올해 사업을 기획하시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A) 3D 프린터라는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9차시의 수업을 준비하였는데, 가급적 기술이 도드라지게 드러나지 않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기술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벙커 465-16:현자의 돌>(이하 <현자의 돌>)이라는 스토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났으면 했고, 더불어 데카르트, 세잔, 3D 프린터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했던 부분은 강사의 지도 없이 아이들끼리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체계를 만드는데 가장 큰 방점을 두었습니다.
Q) 올해 사업에서 실험하시고자 하셨던 가설은 무엇이었습니까? 그 실험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셨습니까?
A) 워크숍의 경우 강사의 존재에 따라서 워크숍의 결과가 많이 좌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일 강사가 없다면 아이들은 과연 아이들끼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협력은 가능할 것인가 등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였고, 애플리케이션에서 나오는 지시문과 영상을 아이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것인지, 주어진 과제, 특히 과연 3D 프린터를 조립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물론 전혀 해보지 않은 과정이고, 낯선 프로세스였기 때문에, 아이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을 많이 찾기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3차시 정도 지나면서는 나름 시스템에 익숙해졌고, 강사 선생님이 없이도 프로그램을 곧잘 따라 했습니다. 특히 협력에 대한 부분이 의문이었는데, 누가 뭐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먼저 끝난 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조를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등 협력에서도 큰 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3D 프린터를 조립하는 과정이 초등학생들에게 쉽지 않았지만, 마침내 해내었고,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 또한 높았던 것 같습니다. 처음 워크숍 탐험일지에는 ‘오늘은 너무 어려웠다. 다음시간도 힘들겠지..?’라고 적었던 아이들도 점차 재미있어하고, 마지막에는 끝나는 것을 무척 아쉬워하기도 했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교육은 최초의 계획대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올해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으로 꼽히는 예측 불가능성과 변동 가능성을 직접 경험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불가피하게 해야 했던 비대면 교육을 위해 사업 진행에 변화를 주면서 어떤 점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셨는지요?
A) 저희는 처음부터 반-비대면으로 기획했었습니다. 물론 그것이 코로나19 때문은 아니었고, 지난해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받아서, 다른 도시나 기관에서 워크숍을 요청하는 일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강사진을 꾸리기도 힘들고 하여, 이번에는 강사가 없는 워크숍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했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코로나19로 인해서 비대면 교육의 방식에 대한 실험으로 좀 더 나아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강사와 참여 학생들은 비대면을 원칙으로 했지만, 참여 아이들끼리는 대면으로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지방의 작은 학교들은 학교가 보육의 기능도 하므로 코로나19의 상황에서도 학교에 가고 있었고, 그래서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현자의 돌>은 기술 키트를 가지고 조립하는 것이 아닌, 인류멸망 이후의 생존자라는 컨셉으로 함께 주어진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키트를 집으로 발송하고 줌으로 선생님의 지시를 따라서 하는 수업과는 확실히 차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Q)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예술교육에 접목한 드림아트랩 4.0의 테마는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이 강조되는 흐름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고민 중의 하나는 우리가 기술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이냐일 텐데요,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요?
A) 기술 자체에 대한 방점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기술이 필요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의 부분인 것 같습니다. 2019년부터 진행했던 <벙커 465-16>의 기획을 스토리 기반으로 풀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세 종류의 기술을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강사 선생님들에게 의존하게 되고, 기술을 주제로 토론하는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2020년에는 3D 프린터에만 집중하기로 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Q) 이번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획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발견을 하신 바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아이들은 확실히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점? 그리고 어른들이 보기에 답답해서 그렇지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아이들끼리도 충분히 주어진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문제는 늘 어른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들은 믿어주고 시간을 주면 어쨌든 해결해내더라고요.
그리고 많은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거나 흥미를 끌어야 한다거나 하는 부분들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때에 따라서는 본인의 능력보다 약간 어려운 과제들도 주어져야 하고, 재미없고 지루하고 어려운 과정을 겪고 나면 자존감이 많이 올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3D 프린터를 조립하는 어렵고 지루한 과정을 끝낸 후 아이들의 표정을 보셔야 했는데요.
Q) 융합예술교육을 준비하거나 관심을 두고 계신 분들이 꼭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질문을 한 가지 건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A) 기술 자체가 아닌 기술이 올라가 있는 사회,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꼭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