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몇 명의 아티스트와 라스코 동굴벽화를 보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라스코 동굴벽화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그림이면서 예술적 각성을 이야기하기에 적합한 작품이다. 우리의 대화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최초의 경험과 독립성이 주는 설렘에 관한 것이었다. ‘인류의 문화유산’이나 ‘시대를 초월한 작품’처럼 예술과 시간의 관계를 담은 표현이나, 예술의 의미를 여러 채널로 재생산하는 미디어에 관한 대화도 나누었다.
드림아트랩은 ‘예술교육’의 렌즈로 바라본 동시대 예술과 과학, 기술을 담은 커리큘럼 개발을 시도하는 실험실 또는 연구실(laboratory)이다. 랩(lab)인 이유는 결과보다 시도를 응원하기 때문이다. 크로스오버나 컨버전스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시시각각 새롭게 등장한 기술에 반응하며 흔쾌히 수용하려는 예술가가 생겼다. 엔지니어링이나 기술을 자신의 예술세계로 끌어안고 등장한 예술가에게 교육과의 또 다른 충돌을 설계해보자는 일종의 도전과제를 제안했다고 해야 할까? (랩의 강점은 실패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지만, 공공사업의 특성상 성과나 프레젠테이션용 과제에서까지 자유롭진 못하다. 이것이 우리가 익히 하는 공공사업의 강점과 취약점이다. 하지만 때로 강점이 발목을 잡고, 도리어 약점이 한 걸음을 더 내딛게 한다. 성과와 완료 시점의 약속이 발상을 촉발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드림아트랩은 과학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크로스오버를 경험한 예술가, 혹은 예술에 매료되어 미학적 기준을 세우게 된 과학 또는 공학자의 작업이다. 작업하는 당사자에게는 여전히 걸어본 적 없는 길에 대한 호기심과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프런티어의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 지금의 행위에 온전히 집중해 작업하는 독립성과 작업자의 고유성이 발휘될 수 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지금 초유의 관심사임은 분명하다. 냉소적으로 표현하자면 ‘융합교육’이라는 추상에 가까운 유행어를 생산하고 ‘복붙’(copy&paste)하다시피 한 작업까지도 융합예술이라 우기는 모습을 사교육 시장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유행이란 그렇다. 따르지 않으면 뒤처진 것 같고, 다수가 그러고 있으니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떤 현상에 동의했다고 착각한다. 유행을 좇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그래서 어렵다. 기술에서 배움이 움트기 위한 매우 원칙적이고 본질적인 물음이 어디에 있는지에 관한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다수의 커리큘럼에는 “교육자의 패키지”가 존재한다. 이유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단시간에 많은 수의 학습자가 단기목표를 달성하게 만들려는 효율성 때문이다. 패키지화된 교육에는 시도와 실패가 삭제될 수밖에 없다. 그 패키지를 만든 교육자의 시도와 실패만이 존재한다. 드림아트랩이 기다리는 건 교육자가 시도하는 경험이 커리큘럼이 되는 것에 가장 가깝다. 반복하고 연마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과 기능을 얻는다는 그 단순함이 기술의 속성이다. 모든 기술은 ‘실행해 보았다’가 아니라 ‘실행하고 있다’에서 배움이 생긴다.
김탕 /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