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여덟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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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너무 벌어져 낮엔 더울 거라 하더니...거짓말.

철없이 입고 나간 옷차림에

쌀쌀맞은 바람이 종일 불어 왠지 이 거리 저 거리가 못마땅하였다.

밥을 먹어야 움직이는 형이 아니지만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시간과의 싸움처럼 시간이 지나니 배는 고프다.

아니, 내장이 푸욱 빈 것처럼 고달픈 느낌이다.


요즘 나는 자꾸 무엇이 부럽거나 좋아지는 습관을 가졌다.

가장자리가 젖어 있는 낮은 골목길에 작게 새어 나오는 창가의 불빛.

볼 품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앉아 서로에게 종알대는 손가락만 한 빨간 깃털 새들.

자갈이라도 뚫고 나온 샛노란 민들레의 봄 충동질.

'또로록 땅땅'거리는 피아노 소리보다는 느릿하고 나지막한 첼로 소리.

풋풋하고 건강해질 것 같은 빵보다는 머리 아플 정도로 어마 무시하게 달고 단 빵...

이것은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아니면 심장박동수가 느려졌기 때문일까?

무슨 이유인지 알고 싶지는 않다.



매일 생각한다.

'얼른 집에 가야지.'

매일 아침 생각한다.

'얼른 집을 나가야지.'

집이란 곳엘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예전 그와 살 때처럼

사는 의미를 두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마음에, 눈에 익은 것을 할 뿐이므로

그저 나는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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