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님께.
리본으로 묶어 마음으로 주신 책... 감사합니다.
근 1여 년을 철저히 혼자였다가, 철저히 둘이었다가... 를 반복하며 지내온 것 같습니다.
없는 사람이 옆에 있다고 믿는 것이 왜 그리 쉽던지요?
삶과 죽음이 같은 색으로
언제 어디서나 같은 체취를 가지고
서로를 하나도 낯설어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의 죽음을 겪고 바라보는, 지독한 떨림의 삶은
마치 신의 광기를 겪는 듯했습니다.
신은 삶을 바라 볼뿐이지 삶을 살아보지는 않았으니...
남은 자의 눈과 마음에 서성이는 외로움이나 불안을 알겠는지요?
저는 이런 경우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릴 때도 자주 그랬고 커서는 대학문제를 두고 어머니와 마찰이 있었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을 못 갈 바에야... 하며
사흘을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누워 지낸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려주시며 나를 달래셨죠...
조금 비켜서서 어머니를 바라 보니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못난 내가 정말 미웠습니다.
하지만 나는 금방 일어서서 어머니의 호소를 들어 드리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그 이유로는
또 이런 경우의 예가 있습니다.
어릴 때 뚱뚱한 제 아이가 앞에 있는 전봇대를 보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 뛰다가
전봇대를 감지한 순간, TURN 하는 시기를 놓쳐 무지막지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요즘도 가끔 비울수록 차오르는 슬픔을 어찌할 수 없어
아무도 없는 곳에 가면 '하느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기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삶의 반전에
그렇게 바락바락 대들지라도 않으면
그게 신이지 사람입니까?
아무튼
얼른 깨기를 묵묵히 기다려주는 지인들에게
'삶의 역주행과 눈이 맞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 말라.'
말하곤 합니다.
그들이 있는 것에 감사하고
그가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노랫말처럼 '천 개의 바람'으로 남은 사람.
오늘도 바람이 꽤 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