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섯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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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나는

평온히 잠에 빠진 정경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 슬픔에 말라 붙은 마음에서 흐르는 눈물이

너무 뜨겁게 느껴졌다.

전혀 잘 있지 않은데 '잘 있지? 별 일 없지?'

뻔한 질문을 받으면 참으로 씁쓸했다.

중요한 일도 없고 사소한 일도 없지만

중요하게 사소하게 살아야 했다.

삶과 소통하는 회로는 그것뿐이므로.



어느 책에선가...

서커스단 공중곡예에서

중요한 것은 손을 놓고 날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한적하게 그네를 타다가

그를 잡아주는 사람의 역할이라 한다.

사람들은 공중에서 날아가는 사람에게 박수와 갈채를 보내지만

진정한 주인공 역할은 잡아주는 사람이며

날아가는 사람이 억지로 잡으려 한다면 큰일이 벌어진다고 한다.

'의심 없이 날아간다...'

그래야 하는데

우리의 삶은

의심하고 소통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진다.

공중곡예 속 날아가는 역할처럼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영원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

하지만

그 착각은 천부적이며

삶에 없어서는 안될

가장 어리석은 중요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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