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여덟

by 사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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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득템했다고 신나했던 분홍색 코듀로이 가방에

쏘주를 한병 넣고 비오는 거리를 질러 혼자 석남사를 갔다.

자연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로

마주하기에 경이롭고 행복하다.

사랑해서 행복하고

사랑하기에 행복한 것을 묻는다면 나는 큰 목소리로

'자연!'하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기가 찬 로봇이 사람 손에 태어나면 무엇할까?

태풍에 역병이 몰아치면

오만한 희망은 산산조각이 난다.


스님 계신 곳에 주님을 모실 수 없어

합장 흉내만 하고 돌아왔다.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변화무쌍하고

내 마음을 쓸어내린다...

그리고

너의 일은 곧 무가치하게 지나갈 것이라는

조언을 며칠은 명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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