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느님조차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믿지못하고 하느님의 벌만을
믿었던 것입니다.
신앙, 그것은 단지 하느님 의 채찍을 받기 위해
고개를 떨구고 심판대로 향하는 일로 느껴졌습니다.
지옥은 믿을 수 있었지만 천국의 존재는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인간의 실격>중
어두운 얼굴을 감추려고 뭔가 찍어 바르고
새어나온 잔 머리카락은 한번 더 빗을 써서 숨기고
비어 보이는 가슴팍은 조끼를 입어 처리하고
비상용 운동화로 슬리퍼를 대처하고
마치고 오는 길목에서 잊지 않고 마리아상에
공손히 절도 했다.
하지만 난 오사무의 이 글귀가
사시사철 떠오른다.
하느님이 정말로 인간을 사랑하신다면,
의지로써 나온 것이 아닌 인간의 본질을 이해시키시려면,
우리를 원점으로 돌려놔야 옳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어떤 때는 아주 정당한 것처럼.
어떤 때처럼 쓰잘데없는 바보멍청이처럼.
이 좋고도 쓸쓸한 가을길 바람에 왔다갔다 한다.
오사무와 나는 인간의 영양이 부족한가 보다.
아니면 수면부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