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아트필러 기획 프로젝트 <?&!>
더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예술(Art)을 느끼고(Feel) 채우는(Fill)
2025년 아트필러 기획 프로젝트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지며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에 대한 감상을 확장해 보는 프로젝트
모두가 그 작품에 푹 젖은 채 일상을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물음표 하나, 작품 둘 그리고 느낌표 셋.
올해 5개의 물음표가 목표입니다!
방학 없는 인생 앞에서
이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떤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살 것인가.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어쩌면 그 고된 한국의 입시와 공부를 버텨낸 건 ‘방학’의 존재가 컸다고 생각한다. 방학 때 바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어떤 공간에 앉아 정해진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처음으로 공인된 방학이 없는 삶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것도 방학이라는 존재를 무려 16~20년간 경험한 채로. 학교에 가기 전에는 방학도 없었으니 처음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땐 방학을 경험하기 전이니 완전히 그 전과 같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고 후회하기보다 새로이 얻을 것을 기대하는 편이 낫다. 이제 인생의 낙이 사회 제도나 누군가에 의해 더 이상 보장되지 않으니 이제 스스로 찾으면 된다. 이 기획을 떠올리게 된 것은 그 인생의 낙이 월급날이나 여름휴가가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한 낙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가치로 삼는 삶을 원하지 않을 뿐이다.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이전에는 무심했던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고 싶다. 거창한 배움이나 목표를 달성하지 않더라도 호기심과 설렘을 가능하다면 오래 간직하고 싶다. 졸업하고 사회를 경험하면서 그런 가치들을 많이 잃어버렸다고 느꼈다. 평일에는 진 빠지는 출퇴근과 업무에 지쳐 밥은 늘 간편한 음식으로 때우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주말에는 잃어버린 평일을 보상받기 위해 맛집, 핫플, 문화생활을 강박적으로 찾아가며 피곤한 강행군이 이어졌다. 그리고 주말이 도파민으로 가득하든, 하루 종일 자거나 핸드폰만 했든 일요일이면 죽고 싶어졌다. 지루하게 보낸 주말도 침대에서 일어나 눈 뜨고 싶지 않았다. 월급이 들어오면 날 위한 선물이라며 물건을 사거나 연차 때 놀러 가고 친구들에게 밥을 사면서 헛헛함을 채웠다. 다 그렇게 사는 거니까 그렇게 살았다. 물론 그 삶에 기쁨과 행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치열하게 일하고 노는 삶이 주는 활력과 배움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뭔가 아닌 것 같다는 불편한 느낌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었고, 그걸 들여다볼 여유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잠시 멈추게 되었다. 사실 관성적인 습관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멈추는 데는 거의 6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나라는 사람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자유주제 탐구 프로젝트라는 것을 했던 적이 있다. 생활기록부에 자기 주도적인 활동 한 줄을 남기기 위한 의도도 있었지만 나는 당시 나름 정말 관심 있었던 주제였던 드라마와 연극과 관련된 보고서를 썼었다. 스물다섯, 방학 대신 이런 프로젝트를 연간으로 진행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가볍고 즐겁게 그리고 함께. 7년 정도가 지난 지금. 나는 인생에서 어떤 주제에 꽂혀있는가. 이걸 매년 모으면 꽤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아니, 출간되거나 알려지지 않아도 그저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을까. 생활기록부에 남기기 위해서 하는 독서나 활동이 재미없듯이 이 프로젝트도 유명해지거나 주목받거나 돈을 벌어보겠다는 목표로 시작하면 아마 재미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 템포에 맞춰서 여유로운 속도와 마음으로 느긋하게 하고 싶다. 그리고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해보고 싶다. 혼자 하는 작업은 나만의 생각에 의한 한계점을 돌파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많은 점이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대학교를 다녔고 책을 좋아한다는 점 등등이 비슷하지만 그 외 수많은 다른 분기점을 가진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뭔가 함께 해본 경험이 있으니 더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희곡 낭독 동아리도, 뮤지컬 영상 촬영도 지금 돌아보면 별 것 아니지만 즐겁고 치열하게 뭔가 해봤던 경험은 어떤 어른이 될지 결정하는 데 큰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함께 대화하는 게 즐겁다. 그래서 서로 흥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친구와 인생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는 것은 근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학을 대체할만한, 삶을 견딜만한 재밌는 걸 해보는 프로젝트.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아닌 실제로 한 번쯤 상상해 봤던 소소하거나, 거창하거나, 조금은 비도덕적이거나, 비현실적이거나, 지나치게 솔직한 일을 함께 해보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프로젝트는 어딘가에서 다른 주제로 뻗어나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곳으로 튀어갈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 처음 정한 주제는 그저 출발점일 뿐이다. 정해진 형식도 방식도 없다. 그냥 정말 하고 싶은 대로. 사실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안다. 자유는 다루기 까다롭다. 그렇지만 그걸 연습하는 것도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서 배워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에서 해보고 싶은 것을 어떻게든 해보는 모험이 어른에게도 필요하니까.
editor A
넓고 얕은 취향으로,
상당히 쉽게 감동받는 타입.
editor J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일단은 사람부터 되어야 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