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Div Jan 14. 2021

넷플릭스 <스위트홈> vs <아리스 인 보더랜드> 비교

닮은 듯 다른 한국과 일본의 은둔형 주인공들...

 긴 겨울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외출이 힘든 시기 넷플릭스만 한 친구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요즘 넷플릭스에 공개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얼마 전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스위트홈>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어찌 보면 2020년은 한국 드라마의 본격적인 넷플릭스 진출의 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이전에도 화제가 되었던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있기는 했지만. 언젠가부터 넷플릭스에서는 국가별 콘텐츠 순위를 그리고 전 세계 기준의 콘텐츠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마치 음원 사이트에서 실시간 음원 순위를 공개하듯이. 그 이후부터 이 순위에 올라가는 것이 콘텐츠의 화제성을 가르는 기준이 되었다. 이 기준으로 올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뷰어수를 기록한 한국 드라마는 상당히 많다. 한류 영향으로 기존의 TV 드라마들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등에 업고 다른 나라에서 화제가 된 경우도 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한 게 바로 2020년이다.  연초에 <킹덤>의 두 번째 시즌이 그랬고, 이어서 <인간 수업>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위트홈>이. (중간에 <보건교사 안은영>이 주목받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약간 매니악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게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데 걸림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 능력을 여러 나라에 알리게 된 건 좋은 일이고 요즘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스위트홈>에 대한 분석은 이미 여러 사람들이 언급을 했을 것 같으니 오늘은 약간은 닮은 듯 다른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일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 랜드>와 <스위트홈>을 비교해 보려고 한다.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넷플릭스가 서비스되고 있는 여러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일본 내에서의 넷플릭스의 확장세는 그리 거세지 않다고 한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들이 있지만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전반적인 일본의 영상 콘텐츠에 대한 침제에서 기인한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또 다른 요소로는 넷플릭스 이전에 다양한 OTT 플랫폼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이들이 상당히 세분화되어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전히 드라마의 경우 TV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메인 스트림을 장악하고 있기도 하고. 작년에 오랜만에 시즌2를 방송한 <한자와 나오키>가 시즌1의 시청률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평균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하니 말이다. 이런 영향으로 일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그다지 많이 제작이 되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몇 개가 있기는 했었다.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라든지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같은. 제목에서도 살짝 느껴지지만 지금은 언급되지 않는 로망 포느로(또는 핑크 무비)의 전통을 잇는 느낌의 드라마들이다. (로망 포르노라고 하면 내용 없는 성인영화를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서 젊고 감각 있는 감독들이 데뷔를 하고 다양한 영상 실험을 했던 장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 영화계에 몇 안 남아 있는 거장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도 로망 포르노를 통해 데뷔를 했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두 드라마들은 다루는 소재의 영향으로 많은 시청자를 끌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에서 일본 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 기획한 오리지널 시리즈로 보이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작년 말 공개가 되었다. <스위스홈> 보다 약 일주일 정도 먼저.


 <스위트홈>과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여러 면에서 닮은 부분이 있다. 완결 여부가 다르긴 하지만 하나는 웹툰을 다른 하나는 망가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이다. 두 작품 모두 넷플릭스의 전적인 지원 속에서 많은 예산을 투여해서 제작이 진행되었다. <스위트홈>의 경우, 크리쳐 장르에 맞게 다양한 괴물들을 묘사하는데 많은 예산이 들어간 것을 느낄 수 있고, <아리스 인 보더랜드>에서는 행인 사라진 시부야의 거리 그리고 도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상당한 예산을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초반 부에 등장하는 시부야의 모습은 시각적으로 상당한 쾌감을 준다. 세계에서 단위면적 당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 시부야의 상징적인 횡단보도에 있던 사람들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장면은 초반부 이 드라마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두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감독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은 이미 한국 드라마 최고의 위치에 오른 연출가이다. 김은숙 작가와 합을 맞춰서 만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을 통해 그의 연출력은 이미 입증이 되었다. 아름다운 장면이 많았던 이들 드라마들은 많은 K-드라마 팬들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고 이 장면들 뒤에는 이응복 감독의 연출이 있었다. 너무 자주 등장하는 슬로우 모션과 감정씬을 길게 끌고 나가는 것 때문에 드라마의 호흡을 루즈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런 아름다운 장면은 그 만의 인장 같은 것이다. 이응복 감독에게는 기존의 매체를 떠나 넷플릭스에서의 충분한 지원을 받으면서 본인의 장점을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었던 게 이번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연출을 맡은 사토 신스케 감독은 그동안 만든 작품이나 연출 스타일 면에서는 약간은 다른 결을 보여주지만 일본 내에서의 위치를 보면 이응복 감독과 비슷한 느낌이다. 일본의 영상 콘텐츠들이 침체기를 겪고 있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새로운 이야기 또는 시도가 잘 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것인지 주로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상화하는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영화 쪽도 마찬가지인데 망가나 아니메로 대 히트를 기록한 작품을 실사화 하거나 TV 드라마의 특별판 형태를 영화로 만드는 것이 주요 메이저 제작사들의 움직이다. 이런 흐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감독들은 일본을 떠나는 분위기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일본에서 영화를 만들기가 힘들어서 새로 준비하는 영화는 한국에서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또한 다른 나라의 자본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 다시 사토 신스케 감독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 감독은 이런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상화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지금의 일본 내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할 연출가로 성장하였다. 망가나 아니매를 영화화하는 부분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연출로 많은 관객들을 어이없게 만드는 게 대부분 일본의 실사화 영화들인데 그 와중에도 사토 신스케가 연출한 드라마나 영화는 항상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많은 마니아 팬을 가지고 있는 망가인 <간츠>, 독특한 좀비 이야기인 <아이 앰 어 히어로>, 그리고 실사화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되던 <블리치>도 전혀 촌스럽지 않게 실사화하며 본인의 연출 능력을 증명했다. 이런 사토 신스케 감독은 원작 <임종의 나라의 앨리스>를 영상화하는데 적역이었을 것이다.


 두 드라마의 출연진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제 막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젊은 배우들을 다수 기용해서 신선함을 부여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스위트 홈>의 경우 주인공 역을 맡은 송강 배우부터 ‘그린홈’의 리더 역할을 한 이도현 배우 모두 20대의 젊은 남자 배우들이다. 그리고 중요한 역할의 여자 배우들도 고민시, 박규영, 고윤정 배우와 같이 아직은 대중들에게 이미지가 많이 소비되지 않았지만 특정 타깃에게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위에서 부터) <스위트홈>의 젊은 배우들 송강, 이도현, 고민시, 박규영, 고윤정 배우]

<아리스 인 보더랜드>도 주연을 맡은 야마자키 켄토, 미스터리 한 인물을 연기한 무라카미 니지로 배우 모두 젊은 연기자들 캐스팅했다. 특이한 건 두 배우 모두 20대이지만 벌써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아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자 배우들도 아사히나 아야, 미사키 아야메, 미요시 아야카와 같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여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우연 일지도 모르겠지 이 여배우들도 모델이나 SNS를 통해서 이미 젊은 층 사이에서는 워너비 셀렙인 부분도 <스위트홈>의 여배우들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들 젊은 배우들을 받쳐주는 연기력이 이미 검증된 중견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전체적인 극의 연기 밸런스를 유지한 부분도 비슷한 느낌이다.

[(위에서 부터)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젊은 배우들 야마자키 켄토, 무라카미 니지로, 미사키 아야메, 아사히나 아야, 미요시 아야카 배우]

 하지만 이런 물리적인 유사성보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닮은 점과 다른 부분이 흥미로웠다. 두 주인공 모두 히키코모리 형의 인물이다. <스위트홈>의 송강은 학교폭력의 피해와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더 내면으로 숨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삶에 대한 목적이 사라지고 게임에만 몰두하다 결국 자살을 할 일시를 정하고 아무 의미 없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주인공 야마자키 켄토 또한 삶에 대한 의지 없이 히키코모리로 생활을 한다. 다른 점이라면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고 좋은 교육을 받아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에는 관심 없고 방을 나오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어머니가 없이 자란 주인공은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승승장구하는 동생과 비교하며 자신을 무시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더 자기 방안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스위트홈>의 주인공은 외부적인 영향에 의해서 본인의 의도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주인공은 스스로 선택을 한 히키코모리의 삶을 이어간다. 이런 차이는 극의 전개에서 다른 양상으로 드러난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이야기는 이렇다. 히키코모리의 삶을 살던 주인공이 집에서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가출을 하게 되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는 2명의 단짝 친구들과 만나서 작은 일탈을 하다 경찰에 쫓겨 화장실로 숨게 된다. 그러고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주인공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던 시부야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고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목숨을 건 게임애 참가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 당황하던 주인공은 이내 본인의 장기인 게임 능력을 발휘해서 생존을 이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의적으로 히키코모리가 된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주인공은 이야기 내내 타의에 의해서 본인의 틀 밖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스위트홈>의 주인공은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자기 속으로 파고들던 삶이 자의에 의해서 세상과 소통을 하게 되는 점과는 다른 양상이다. 물론 <스위트홈>에서도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행동이기도 하지만 이미 <스위트홈>의 주인공은 자의로 자살을 선택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주인공과는 다른 시작점을 가진다. 이런 모습은 양국의 젊은 세대에 대한 전반적인 성향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는 기존의 세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것은 이전 세대와 닮았으면서도 더 강해졌지만 이와 중에도 동세대에 대한 유대감은 더 강하게 내보이는 성향을 보인다. 일본의 경우는 더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사회와의 소통보다는 개인의 삶으로 파고들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이런 성향이 시간이 흐르고 나서 어떤 것이 더 좋았는지는 쉽게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그리고 여러 부분에서 유사한 점이 많은(이야기와 만듦새는 제외하고)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성장과정을 따라가면서 예상을 해보면서 이 드라마를 본다면 조금은 다르게 감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보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미리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기존의 일본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았던 관객이라면 약간은 과장된 연기에 당황스러울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일본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이런 과장된 연기들은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사운드가 지원되지 않는 만화가 가지고 있는 감정표현 방식에서 유례가 된 게 아닐까 한다. 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것을 다른 형식으로 보는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만화 속의 캐릭터들이 더 격한 행동을 하거나 얼굴 표정을 심하게 과장되게 그리는 부분이 연기에도 그대로 옮아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것도 어느 정도 보다 보면 쉽게 익숙해질 수 있으니 너무 처음부터 거부감이 든다고 시청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진 시기 화제가 되고 있는 두 작품을 비교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