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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iv Jan 25. 2021

MSG 가득한 넷플릭스 청춘드라마 <아우터 뱅크스>

젊음과 욕망 그리고 막장에 대하여...

 조금 오래된 표현이긴 하지만 드라마를 첫회부터 마지막까지 한 호흡에 본다는 의미로 ‘정주행’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있다. 이걸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영어에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있다. ‘binge’라는 단어를 활용한 표현인데 이 단어의 정확한 의미는 ‘과식한다/폭음한다’이지만 이 의미를 활용해서 ‘binged in’이라는 표현을 ‘정주행’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한다. 뜬금없이 왜 이런 영어 단어 설명을 하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영어 단어 또는 이런 표현 하나 알아 두면 어디 가서 조금은 있는 척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이것 말고 이번에 소개할 Netflix의 콘텐츠가 이 단어와 약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도 다양한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시상식이 있는데 그중에서 젊은 층의 트렌드에 민감한 몇몇 시상식들이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으로는 MTV Movie Awards가 있고 다른 하나로는 Entertainment 채널에서 하는 People’s Choice Awards가 있다. 시상식의 타이틀에 맞게 팬들의 투표로 수상이 결정되는 People’s Choice Awards는 그 당시의 인기가 수상의 가장 주된 요인이 되는데 이 시상식의 다양한 시상 부문 중 하나인 ‘The Binge-worthy Show of 2020’를 수상한 드라마가 오늘 소개할 Netfilx의 청춘 드라마 <아우터 뱅크스>(Outer Banks)이다. 상의 이름 그대로 ‘Binge-worthy’ (의역을 하자면 ‘정주행 할 가치 있는’) 한 드라마인지는 각자 판단할 부분이지만 일단 작년에 미국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인 것은 확실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어찌 보면 주목 못 받은 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 어느 순간부터 미드를 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이제는 정말로 화제가 된 작품이 아니면 미드 콘텐츠를 찾아보지 않기도 하고 최근 들어 Netflix의 인기 콘텐츠 순위에 들지 않으면 더욱더 보지 않는 경향이 생기니 말이다. 그런 의미로 얼마 전에 공개된 <퀸즈 갬빗>과 <브리저튼>은 인기 콘텐츠 순위에 올라서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시청을 해서 화제가 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 것인지도.


 오늘 이야기하려는 <아우터 뱅크스>는 위에 언급한 두 콘텐츠와는 결을 달리하는 드라마이다. 예전부터 청춘드라마는 하나의 장르로써 미국 드라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젊은 층이 TV라는 오래된 매체를 떠나게 되면서 방송사들이 굳이 보는 사람도 많지 않은 10대~20대 타깃의 드라마를 만들지 않기 시작하는 분위기이다. 아마도 <가십걸>이 이런 류의 드라마로 큰 히트를 한 마지막이 아닐까. 이런 흐름 속에서 청춘드라마들은 모습을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OT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정착지를 찾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모습이라는 것은 그동안 TV매체에서는 다루기 힘들었던 소재와 표현의 수위를 확장시키면서 다양한 실험들을 보여주며 장르의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10대들이 등장하지만 10대들이 볼 수 없는 19세 이상 등급의 드라마들도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우터 뱅크스>는 이런 느낌과는 반대로 정말 예전에 TV에서 보던 청춘 드라마를 그대로 재현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진 것과는 상관없이 멋지고 매력이 넘치는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등장인물 간의 사랑도 싹트는 등의 전형적인 이야기 말이다. <아우터 뱅크스>는 이런 기본적인 청춘 드라마의 구조에 ‘보물선’이라는 약간의 오래된 이야기의 트위스트를 첨가해서 극을 끌고 나간다.


 <아우터 뱅크스>의 이야기는 미국의 동남부로 보이는 가상의 섬 '아우터 뱅크스'에서 진행이 된다. 이 섬에는 빈부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 집단이 같이 살아가고 있다. 돈 많은 백인 부자들이 한쪽을 그리고 다른 한쪽은 다양한 인종의 가난한 군상들이 나오는. 극의 주인공 '존 B'와 그의 친구들은 이런 가난한 군상에 속하는 인물들로 자기들을 '포그스'라고 부른다. 여기서 '포그'는 낚시할 때 쓰이는 미끼 물고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먹이 사슬에서 가장 낮은 단계를 은유적으로 의미해서 붙인 것이다. 주인공 존 B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지만 아버지는 아우터 뱅크스 섬 근처에서 금화를 잔뜩 실고 바다에 빠진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는 사라진 보물선을 찾는데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 드라마는 아버지가 실종이 되고 혼자 남게 된 고등학생 신분의 존 B가 법원의 명령에 따라 보호소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시작을 한다. 존 B는 여전히 아버지가 죽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언젠가 돌아올 것을 믿으며 자신을 청소년 보호소로 데려가려는 경찰 등을 피해 다니며 3명의 단짝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보물선을 찾으러 나가서 사라진 아버지의 물건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4명의 십 대 친구들이 보물선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급 진전된다. 그리고 청춘 드라마답게 로맨스도 나오고. 상투적인 설정인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남자 주인공과 이를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던 부유한 가정의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가 다른 한 축을 이룬다.


 남자 주인공 존 B 역을 맡은 배우인 체이스 스톡스(Chase Stokes)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주목을 받게 된 젊은 배우이고 여자 주인공 사라 캐머론 역을 맡은 매들린 클라인(Madelyn Cline) 역시 신인 급의 배우이다. 모두 이 드라마를 통해서 주목을 받았고 10대들의 많은 지지를 받는다고 한다. 두 주인공의 매력은 사진보다는 드라마를 직접 봐야 느껴지지만 존 B역의 체이스 스톡스는 개인적으로는 얼굴의 좌우 대칭이 심하게 안 맞는 어찌 보면 핸디캡을 가지고 있음에도(어떤 각도에서는 예전 개그맨 김진수 씨를 심하게 닮기도 했다) 균형 잡힌 몸매가 이런 단점을 상쇄시킨다. 여기에 목의 뒷부분을 긁으면서 나오는 저음의 목소리는 시리즈 내내 중요한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오면서 이 배우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한다. 젊은 타깃들 사이에서 이 둘의 인기가 좋아서인지 작년 여름에 발매된 Kygo의 싱글  <Hot Stuff> 뮤직비디오에 이 드라마에서 그대로 나온 것 같은 연인의 모습으로 출연을 하기도 했다.

https://youtu.be/yg6Y_1_DJyI

 

 글의 제목에도 썼지만 이 드라마는 MSG가 듬뿍 뿌려진 막장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MSG적인 것들은 시원시원한 배경과 젊은 배우들의 생기 넘치는 모습들과 어디서 한 번은 본 듯한 장면과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시퀀스들이고 막장은 극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방식과 해결하는 부분들이다. 작품성이나 극의 만듦새를 논하는 글이라면 정말로 혹평으로 몰아붙여야겠지만 음식도 만날 화학조미료가 안 들어간 건강식만 먹다 보면 가끔 MSG가 흘러넘치는 것 같은 요리가 정말로 당기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처음 3,4회 정도까지 잘 짜여나가던 이야기 구조가 갑자기 확 무너지면서 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 할까 하는 고민의 순간이 찾아온다. 이 드라마를 강력하게 추천하지 못하는 건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속 보게 되는 건 젊은 배우들의 매력과 너무 클리셰 같지만 보물선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지는 이야기의 힘의 영향이 클 것이다. 익숙한 것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것 말이다. 예를 들면 해외에 나가서 처음 보는 음식을 먹다가 한식 식당에서 잘 아는 음식을 맞이 했을 때 느끼는 느낌들처럼.


 코로나로 인해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많이 보게 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과식할 만한 가치가 있는 binge-worthy’한 콘텐츠 상을 받은 이력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우터 뱅크스>를 한 번 챙겨보는 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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