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티칸 Dec 22. 2020

공감되는 순간

Acting Coach Journal

트랜스젠더인 캐릭터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 배우가 찾아왔다. 근래에 영화 오디션 준비를 함께 자주 하게 되는 배우다. 요즘 상황으로 보면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덜 쓰이는 배우다. 힘든 상황 속에서 기회라도 계속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다른 한 배우는 지금 참여하고 있는 연극에서 맡은 캐릭터를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기 위해 [연기 공부]를 선택한 배우다.


두 배우는 서로 잘 모르는 사이다. 트레이닝을 그룹으로 진행할 때 잠시 스쳤던 적이 있을 뿐이니까. 그런데 재미있게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캐릭터의 삶이 깊게 공감되는 순간]     


각자가 맡은 역할도 달랐고, 각자가 접근한 방식도 달랐다. 한 배우는 처벅 테크닉(Chubbuk Technique)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다른 한 배우는 직업카피 테크닉과 긍정적 접근, 그리고 대체 테크닉으로 만들어갔다. 하지만 둘은 분명 같은 현상을 겪었다. 한 배우는 하나의 연기를 마치고 다음 연기를 이어가려 하다가, 다른 한 배우는 연기를 모두 마치고 난 뒤에, [그 혹은 그녀의 삶에 깊숙하게 빠져 공감되는 순간]을 마주했다. 그래서 한 배우는 눈물을 왈칵 쏟았고, 한 배우는 자신이 배우를 계속해도 될 사람인지 스스로 반문했다. 각기 다른 연기 속 전혀 다른 반응을 보고 어찌 비슷한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고 하는지 의아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두 배우는 매우 비슷한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캐릭터의 삶이 깊게 공감되는 순간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비교도 되지 않는 캐릭터 삶 속 처절함과 절실함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리고 잠시일지라도 캐릭터와 함께 그것을 짊어져 보는 경험을 한 것이다. 이 일은 두 배우의 연기 인생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어쩌면 두 배우 모두 스스로 연기에 대한 기준을 재정립하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두 배우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것을 느끼고 경험했다. 그에 따른 반응과 생각은 제각기였다. 캐릭터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것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절대 같은 반응과 생각을 가질 수 없다. 엄연히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액팅코치로서 어깨가 으쓱할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배우가 캐릭터에 빠져 깊게 공감하기 시작하고 그 삶을 진심으로 애정 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배우 손에 쥐어 줬을 때]라고 답해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첫눈 기다리는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