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섬세한 IT 직업인의 에세이
팀원 Y와 나는 예기치 않게 헤어지게 되었다.
맞다. 예기치 못했다.
나는 팀원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었고,
꼭 Y한테만은 아니었지만 Y이기 때문에 공을 들이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 1on1 시간에 Y는 직접 쓴 손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제게 최고의 팀장님이었어요."
“앗!”
내가 말했다.
“몇 명 중에서요? "
(그렇다, 나는 대문자T)
둘이 같이 웃기다는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게 둘 다 - 특히 Y가 - 웃겨서 웃은 게 맞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내가 덧붙였다.
“한 명이잖아요! 한 명 중에 최고?!?!”
그렇다. 나는 Y의 첫 팀장이었다.
Y이기 때문에 공을 들인 부분은 내가 Y의 첫 팀장이란 것 알기 때문이었다.
Y가 직장생활이 처음이라서 팀장의 존재가 처음인 것은 아니다.
내가 팀장으로 입사하고 처음 갖는 1on1 시간에 Y가 말했다.
저는 이때까지 팀장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 말은 조직차원의 ‘팀장’도 없었고, 정서적 차원의 ‘팀장’도 없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팀장이란 어떤 존재인지, 있으면 자신에게 뭐가 달라지는 건지, 그래서 뭘 기대하면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었다.
그 말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첫 팀장이기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기도 했다. 공을 들였다는 것은 그런 마음이었다.
그랬던 후 짧았던 함께한 기간이 지나고, 그 끝에 Y가 이렇게 말해준 거다.
내가 자기에게 최고의 팀장이었다고.
빵 터진 나에게 (쓰다 보니 나조차도 정말 웃겨서 웃었던 건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Y는 손을 휘휘 저으며 덧붙였다.
“아니에요. 그건 ‘팀장’이 없었다는 거지, 팀장 비슷한 역할의 사람들은 있었단 말이에요.”
그날 저녁, 거실 큰 책상에 앉아있는데,
남편(a.k.a. F)이 옆에 와서는 우와아~ 하면서 사진을 찍어갔다.
Y가 준 카드였다.
“최고의 팀장이라니. 너무 멋지고 대단하다. 이런 말을 듣다니. 나도 언젠가 이런 말을 듣고 싶어.”
갑자기, 그제야, 그 말이 마음속 깊이 들어왔다.
나는 최고의 팀장이었다는 말을 들은 거다.
한 명 있었던 팀장이 아니라, 첫 팀장이 아니라,
최고의 팀장.
나에게 그 귀한 단어를 선사한 거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런 시간을 만든 거다. 누군가에게 최고라 이름 붙일만한 시간을.
그렇게 Y의 그 말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말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글쓰기 모임 사람들에게 나누자 대문자F들이 고통받았다.
또 그제야, 그 귀한 단어를 선물한 Y에게 내가 뱉은 ‘몇 명 중에 최고냐’는 그 말이
Y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의 말이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었다.
그제야 말이다.
대문자T는 이렇게도 느리다.
4개월이 지났다.
Y와, 그 마지막 시간과, 공들인 시간과, 남편의 반응…
그 시간들을 기억해 내며 글을 적다가 눈에 눈물이 살짝 맺혔다.
이 눈물이 무슨 뜻일까? 대문자T는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