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모 의원에 대한 판결이 조금 전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이로써 해당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 빈자리는 비례대표 다음 순위인 분이 승계한다. 오늘 새로 국회의원이 되신 분은 경선 후 비례 5번을 받았을 때 본인이 실제로 국회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1번이 갑자기 시장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사퇴하고, 2번이 기소되어 의원직을 잃을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을까. 이런 걸 보면 본인도 실력이 있었겠지만 소위 운이라는 게 작용하는 것 아닐까 싶다. 물론 국회의원이 되는 게 마냥 좋다고 치부할 수는 없으니 이게 좋은 운인지 나쁜 운인지도 단정하기 어려울 듯하다.
몇 년 전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여러 책이 널리 팔리기도 했는데, 그 비판 중 크게 수긍했던 대목은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성공이 노력과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각이고, 실은 운에 바탕한 것이 크다'는 부분이었다.
내가 정말 운이 좋았다는 걸 느끼는 순간 외에도, 우리는 사실 많은 순간 운에 의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가령 지난 토요일만 해도 내가 알람을 맞춰놓지 않고도 8시 반에 일어나 9시 반 약속에 갈 수 있었던 것도 운이었고, 오랜만에 아는 사람들과 마주쳐 커피를 마시고 명함을 교환할 수 있었던 것도 운이었다. 어제 장모님 덕분에 아기가 무사히 잠들 수 있었던 것도 역시 운이었다. 이 운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 일단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설령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더 나빠질 수 있었다'라고 위안 삼으려고 노력한다. 합리화일지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이 정도 자세가 이 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