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빵셔틀 피하려다 집단 폭행당한 썰을 좀 풉니다

근데 이런 경험이 없으면 자신의 나약함과 못됨을 인지하기 어렵긴 해요

by 이이진

https://youtube.com/shorts/YjF8Rf8l1Qw?si=V7BeRsCid_25eJcR


제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90년대 전후로, 지금 보니까 그때도 빵셔틀 비슷한 게 있었던 거 같긴 합니다. 자꾸 이런 내용이 보여서 글을 작성하는 데요. 댓글로 작성하면 득달같이 달려와서 <왜 쓸데없이 자기 푸념을 여기에 늘어놓냐> 귀찮게 하는 분들이 있어, 링크만 옮겨오고, 글은 여기에만 씁니다. 사실 주제에서 약간 벗어난 면이 있긴 하니까요. 그때는 빵셔틀 이런 말로 불리진 않았고 괴롭히는 방법 중 가장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방법 중 하나로 있었던 거죠.


생각해 보니 저도 빵셔틀 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낼 뻔하다가 목숨 걸고 벗어난 사건이 있는 게,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안 있어서, 중학교 시절에 자퇴하고 동네에서 좀 놀던 애들이 저희 집으로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친한 척을 하면서 몇 만 원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는데, 뭔가 느낌이 안 좋아서 일단 나갔다가 돈도 없고 그러니까, 7명인가? 여하튼 꽤 많은 여자 애들이 집단적으로 거의 8시간 가까이 끌고 다니면서 저를 폭행을 한 거죠. 단순 폭행 수준이 아니라 제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의식을 잃고서야 끝났을 거예요.


그때 제 생각에, 여기서 끝을 안 보면 고등학교 졸업도 힘들 정도로 괴롭힘 당할 거고, 계속 돈을 갖다 줘야 될 거고, 가난한 제 상황에 돈을 갖다 주자면 정상적인 일은 불가능하니 말 그대로 학교도 그만두고 인생이 음지로 내려갈 수밖에 없겠다, 따라서 차라리 죽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맞았고, 맞을 수밖에 없었고, 그랬더니 다시는 그 애들에게서 연락이 안 왔던 경험이 있긴 합니다.


만약 제가 당시 돈을 주고 타협을 했더라면 분명히 더 큰 요구와 잦은 폭력으로 이어졌을 것이라, 저는 죽는다는 마음으로 맞았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났고, 저 외에 같이 있던 다른 애가 영화 써니 그 주인공처럼 미친 연기를 해서도 끝이 났더랬죠.


정말 저를 죽이려는 생각에서 그 애들이 때렸다면, 아무리 고등학교 입학한 정도의 나이 어린 여자애들일지라도 일단 숫자가 많고 오랜 시간을 폭행해 제가 실제 죽었겠지만, 그 애들은 나중에 보니, 제 가장 친한 친구의 사주를 받았기 때문에, 즉 제가 그들을 잘 모르듯 그들도 저를 잘 몰랐으므로, 명분이 없으니, 제가 계단에서 굴러 의식을 잃자 폭행을 멈췄으며, 이후 연락도 끊긴 겁니다.


영화 <써니>에서 꽤 재밌게 표현이 되는 바람에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는 걸 전혀 인지를 못하다가, 이 영상을 검색해서 문득 생각이 났는데, 저의 실상은 저와 그때 같이 있던 애가 반실신 지경으로 폭행을 당했고, 저는 의식을 잃기도 했으며, 아마도 같이 폭행당하던 애가 고막이 나갔던가 그러면서 정말 미친 수준에 이를 정도의 사건이었던 거죠.


같이 폭행을 당하던 애는 외모에 비해서 신기할 정도로 남자애들과 상당히 아주 잘 지내는 걸로 유명했고, 어떤 여자애가 어떤 남자애를 좋아한다거나 반대로 어떤 남자애가 어떤 여자애를 좋아한다고 하면 이를 연결해 주거나 뭔가 일을 만드는 등, 당시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다소 미스터리한(?) 존재였던 터라 나름 명성이 있었지만,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무슨 계기로 그 애와 좀 친해지게 되면서 같이 있어보니 역시 나쁜(?) 짓을 권하는 걸 알고서 더 이상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며, 자퇴한 애들이 불러 가보니 그 애가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상대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는 습성이 당시에도 저에게 있었는지, 도대체 친하지도 않은 얘들이 나를 왜 이렇게까지 폭행하는 걸까, 알아내려고 했던 거 같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중 한 아이가 저와 고등학교 입학하고 가장 친해졌던 한 친구의 이름을 말해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친구 말을 듣게 하려고 저에게 의도적으로 그 이름을 말했던 걸 수도 있겠는데, 어떻든 이 일 이후로 저는 그 친구에 대해 무언의 공포심을 갖게 되면서 그 친구 지시대로 온갖 나쁜 짓을 하다가 결과적으로 이 친구보다 제가 더 불량 학생으로 낙인이 찍히게 되지만,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서, 고등학교 1학년 끝날 때였나, 2학년 끝날 때였나, 그 애를 불러서 일대일로 붙자고 하고 <너는 악마다>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있고, 이후에도 억지로 친하게 지내긴 했으나, 대학 입학하고 다시 만났을 때, 여전히 못된 모습에 질려서 연락을 완전히 끊었더랬죠.


긴 사정을 설명하긴 했으나, 앞으로 일어날 게 뻔한 빵셔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었었다, 뭐, 이런 얘기인데, 그 애들로부터의 빵셔틀은 벗어났어도 결국 그 뒤에서 지시를 내린 친구 비위를 맞추느라 못된 짓을 해야만 했으니, 지금 보면 그게 그건가 싶긴 하네요.


저를 폭행하도록 다른 애들에게 사주했던 그 친구는 굉장히 심하게 웃기고 재밌고 유쾌하고 항상 뭔가 일을 잘 벌려서 주변에 사람이 늘 있었고 따라서 저도 친해지고 싶었었지만, 막상 가깝게 지내보니 그 친구가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싸움을 붙이며 사람 사이를 교란하는데 능숙하다는 것과 저를 시켜 누굴 때리게 하고 반대로 누굴 시켜 저를 때리게 하는 등, 제 눈에는 말 그대로 악마로 밖에는 보이지 않게 됐고, 오로지 그건 제 눈에만 보이다 보니, 결국 저만 대학 입학하고 그 친구와 연락을 완전히 두절했을 뿐 다른 애들은 꾸준히 연락하다가 서서히 떨어져 나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친구가 진짜 악마라고 확신한 계기 중 하나가 고 3 때인가? 고 2 때? 한창 바쁠 때였는데, 갑자기 노래방에 도우미로 나간다면서 (당시에는 도우미라는 말은 없었지만) 동대문 야시장에서 (당시에는 동대문 야시장은 도매 시장으로 험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정장을 사서 친구들에게 같이 일하자고 꼬드기는 걸 보고서였습니다. 이 친구는 제가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노래방에 도우미로 나간 경험을 말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과 얼마나 돈을 쉽게 버는지 말을 했었고, 가장 집이 잘 살았던 이 친구가 돈이 없는 친구들에게 <좋고 재밌다> 권하는 모습에서 역시 <이 친구는 악마다> 확신을 했던 거죠.


저는 앞서 말했듯이 대학을 입학하고 친구들이 다시 한번 모였을 때 그 이기적이고 여전히 못된 모습에 치를 떨고 연락을 끊었으나, 다른 애들은 이 친구와 연락을 계속하고 지낸 것으로 알고 있고 (저만 이 친구를 유독 싫어하다 보니 저는 그냥 친구들 연락을 다 끊게 됐고) 이 친구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호스트바 등 온갖 나쁜 이벤트를 여전히 권했다는 말을 듣고서, <역시 이 애는 상종할 사람이 아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성인이 되고서 적당히 유흥을 즐기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남성이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을 즐기는 게 나쁜 짓이듯 여성이 남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굳이 다니면서 유흥을 즐길 이유야 없는 것이고, 이 친구는 청소년기부터 돈이 없음이 분명한 친구들에게 돈이 되고 재밌다는 등의 이유로 술집에 나가자고 한 터라, 성인이 되고서 호스트바에 가자고 하는 게 제 눈에는 단순 유흥을 즐기자는 그런 행위로는 보이지 않더군요. 항상 온갖 나쁜 일을 하자고 하는 게 이 친구였어요.


재밌고 웃길 때는 누구보다 재밌고 웃기지만, <지루해!> 고함을 지르고, 자기 비위를 거스르면 눈앞에서 친구든 누구든 <역겨워> 힐난하고, 수업 시간에 욕과 조롱과 농담과 이상한 내용이 섞인 쪽지와 소설을 번갈아 쓰자고 하고,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애에게 야한 그림을 그려서 책상 속에 넣어두라고 하고, 자기를 소개팅해준다고 했다가 안 해준 애를 집단으로 때리러 가자고 하고, 예뻐서 연예인을 지망하는 애 방석에 본드를 뿌리고, 같이 남의 일기를 훔쳐보고, 남자들에게 인기가 생긴 여자애는 신기하게 친해져서 비밀을 알아내 퍼뜨리고, 다른 반에 폭행 예고 편지를 던져 놓고 본인은 도망쳐서 저와 다른 친구가 난리가 날 뻔하고, 도둑질할 날짜 정해 놓고 같이 움직이게 하고, 갑자기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고서 같이 하자 종용한 뒤 본인은 역시 도망쳐버리고,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싶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타입의 인간을 뭐라고 부르는지 몰랐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소시오패스 그 자체인 거고, 제가 청소년기에 공포심이든, 경외감이든, 무지함이든, 저의 나약함 때문이든, 그런 인간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나쁜 짓을 포함해 별별 노력을 다 해본 터라, 성인이 된 후에는 조금이라도 이런 기미가 보이는 사람을 빨리 인지해 피할 수가 있게 됐긴 하나, 돌이켜봐도 어떻게 이렇게 나쁜 짓을 쉴 틈 없이 생각해 낼 수가 있었을까, 이상하다 못해 신기할 정도입니다.


굳이 끔찍한 경험을 좋은 방향으로 승화하기 위해 치장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 이런 인간을 일찍 겪지 않았더라면, 저는 제가 얼마나 남에게 잘 휘둘리는지 전혀 몰랐을 거고, 제가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온갖 나쁜 짓도 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도 몰랐을 것이며, 모든 사람들이 좋게 봐도 제 눈에 나쁘게 보이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도 몰랐을 터라, 저는 지금은 오히려 이 경험을 하길 잘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저한테 피해를 입은 애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다, 이런 정도죠.


덧붙이자면, 이 친구는 제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 중 거의 유일하게 재혼을 했고, 재혼도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연하 남자를 만났고, 전 남편에 대해 하도 이상하다고 욕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이상한 데 왜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았을까 참 이해가 안 가서 저는 이 친구가 또 이상하게 말한다고 판단을 했으며, 친구들 중 거의 유일하게 강남에 입성했습니다. 그러니까 가장 잘 살고 있다고 봐야 되는 거죠. ^^;;;;;


그러니 제 주장이 더 신빙성이 떨어질 수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살아 보니, 어려서 성실한 것과 성인이 되고 잘 사는 건 딱히 연관은 없더라, 그래서 아마도 최근 학폭 사건처럼 청소년기 나쁜 행동을 폭로하는 게 유행하지 않았을까, 청소년기 그렇게 나쁜 짓을 하고도 잘 사는 애들이 너무 많으니 이게 어떤 바람이 된 게 아닐까, 그래서 저도 학폭 논란 한창일 때 일어날 일이 일어난 거다,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만, 그것도 유명인들이나 해당되는 거지, 일반인들은 그냥 나름 조용히 잘 살고 있을 뿐인 거죠.


어려서 나쁜 일을 당하면 잊지 못할 경험이 되는 건 사실이고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저 또한 그런 행동을 했었기 때문에 저에게 피해를 당한 애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그러나 저도 그런 행위를 당한 피해자로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을 겪고서 이겨내지 못하면 그거야말로 진짜 자기 손해라는 걸 꼭 말하고 싶어 지네요. 왜냐하면 일부 유명인이나 알려지는 거고, 대부분의 진짜 못된 애들은 일반 사람으로 살면서 재혼해서 아이 낳고 강남에서 그런대로 잘 사는데 여기에 집착해 봐야 뭐가 남겠나요. 지금은 본인이 아이가 있으니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저는 진심으로 그 애를 어려서 일찍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성인이 된 이후에라도 그런 유혹에 빠지고도 남을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성인이 된 후 그런 짓을 했더라면, 너무 끔찍했을 거라고 확언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제외하면 경험 자체를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런 인간을 만나지 않고 잘 살았더라면 좋았겠지만, 저는 그런 인간을 만나지 않고 잘 사는 방법은 잘 모르겠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겪고 나라는 인간의 한계를 아는 게 더 나은 거 같거든요. 덧붙여서 저를 폭행하는 데 가담했던 다른 애 하나는 중학교를 자퇴한 뒤 유학을 가서 연세대를 갔고, 그게 부모 덕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일찍 나쁜 짓에 빠져 인생이 나락 간 애들이 당연히 많긴 하나, 남을 이용하며 나쁜 짓 할 정도로 영리한 애들은 대부분 집이 좀 살았고, 때문에, 이후에 잘 살고 있는 거죠.


오늘 계획과는 달리 동료와 연세대 의대는 같이 못 갔고 중앙지검에 혼자 가서 재정신청서만 제출을 했는데, 며칠 동안 좀 피곤한 일이 있어서 잠도 거의 못 자고 있는 상태에서 오늘 나갔다가 너무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글을 쓰고 싶은가 모르겠는데 꼭 써야 된다는 이상한 압박감이 들어 씁니다. 나중에 후회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여하튼 빵셔틀로 시작해서 제 어린 시절 경험한 소시오패스 인간 얘기로 마무리가 되네요.


혹시나 제 글에서 범죄자 마인드를 잘 이해한다거나 반대로 피해자 마인드를 잘 이해한다거나, 착한 사람으로 보인다거나 반대로 인간을 싫어하는 사람으로 보인다거나, 성실한 사람으로 보인다거나 반대로 나약한 사람으로 보인다거나, 자기를 변명하기 바쁜 사람으로 보인다거나 반대로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보인다거나, 이런 어떤 양면적이고 혼잡함이 보인다면 그건 다 제가 실제 경험한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이고 싶고요.


신기한 건 이 소시오패스 친구와 가장 합이 잘 맞아서 같이 예쁜 애들 괴롭히던 그리고 저와 가장 친했던 친구 모두 기독교 계열 종교인이라는 정도. 종교에 편견은 없습니다만, 기독교뿐만 아니라 종교를 믿는 사람들 중 인간을 시험하는 분들은 가끔 봐서 그게 이 경험들로 인한 제 오해에서 비롯된 건지, 편견 때문인지, 제가 아직 극복하지 못해 그런 건지는 확실치는 않고, 신을 믿는데 왜 굳이 인간에게 집착할까 그건 도무지 납득은 안 갑니다. 인간인 자신들을 시험에 들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정작 본인들이 다른 인간을 시험하는 건 우월주의거든요. 그렇다고 신을 안 믿는 분들이 더 선한 것도 못 봤습니다만.


그나저나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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