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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법부는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보여주지 않죠

정치, 여론, 사회적 변화, 외부 판결 등에 휩쓸리거나

by 이이진

https://youtu.be/y15 UBgocbX0? si=GCtlm4 cxzI9 Vm-jz


마이클 샌덜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언급한 바가 있지만, 누구나 세상이 공정하고 판결은 더군다나 정의로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공정과 정의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게 쉽진 않긴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보면 국민 다수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에게 탄핵뿐만 아니라 내란죄 혐의로 구속 기소가 돼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지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이른 것은 야당의 정치적 횡포라는 입장이고, 오히려 이 사건에서의 소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되는 거거든요.


다수의 결정이 횡포일 경우로 인해 소수의 목소리, 다양한 관점의 반영을 연일 외치는 사법부 및 헌법재판소에서 무작정 국민 다수의 입장 만을 반영할 수는 없으므로, 궁극에 그렇다면, 공정과 정의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난제는 남는 거죠. 다수의 목소리도 늘 공정과 정의는 아니고, 소수의 목소리도 늘 공정과 정의가 아니라고 하면, 과연 무엇을 기준점으로 둬야 할까, 어려운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헌법재판소를 포함하여 사법부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로서 위와 같은 중요한 판결에서 사법부가 일관되고 흔들리지 않는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과 정치적 분위기 혹은 집권 당에 따라 심지어 판결의 방향이 흔들리고, 사법 관련자 대부분은 결국 정치로 흘러 들어감으로 인한 사법, 행정, 입법의 혼재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장이나 지방법원장으로 퇴임하면 유력 로펌에 들어가 사법에 한 획을 긋는 강력한 판례를 남기는 경우도 결국은 사법 로비의 일종인 것이고요. 한국은 사법, 입법, 행정이 독립됐다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실제로 22대 국회의원의 61명이 모두 법조계로서 300명 중 61명이라면 거의 1/5 이상이고 보좌관까지 더하면 아마도 대부분은 법률 전공자, 법조계일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 사법 관련 정책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변하고, 오히려 국민이 중복 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이 발의를 한다거나 (물론 터무니없이 반복 소송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나, 그 몇몇 때문에 국민의 소권을 제한한다는 게 황당한 거죠.), 등등, 입법적으로 사법부의 독립보다 국민 기본권이 제한되는 법률을 많이 만드는 실정이고요. 유명 정치인 나경원, 홍준표, 한동훈, 대통령인 윤석열, 야당 당수인 이재명 의원도 다 판사, 검사, 변호사 출신이니까, 한국은 기실 법이 사법을 넘어 행정, 입법 등 모든 영역을 장악했다 봐야죠.


따라서 저는 판사, 검사는 퇴임 후 20년 이상 국회의원 및 공직자 출마는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사법의 영역에서는 사법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변호사가 남는데, 변호사에게는 해당 자격을 줘도 괜찮을 수 있으나 그러자면 로스쿨 입학 제도를 변경해야겠죠.


원래 로스쿨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법을 전문적으로 배워 법의 다양성을 높이고자 도입됐는데, 지금은 다시 sky 대학 법대생들이 대학 졸업하고 아무런 사회 경험 없이 무작정 로스쿨로 직행하고 있으니까요. 로스쿨이 다양한 입학 방식을 갖지 않는다면 거기서 배출되는 법조인은 과거와 전혀 다를 게 없이, 그냥 그대로 sky 선후배 유지하면서 가는 겁니다.


제가 프랑스 파리에서 관광객 신분으로 그냥 오래전에 경찰 상대로 고소를 해본 바, 한국에 와서 추적하니 사건 기록도 없어졌다고 하고 난리가 났지만, 프랑스인들이 사법부를 신뢰하는 것은 굵직한 약자 상대 소송에서 과감하게 약자의 편을 들어주는 기억을 갖고 있어서 더군요.


실제로 제가 동료와 프랑스에서 소송한다고 하자, 제가 외국인에 여성이라서 아마도 유리할 것이라 말해주는 분들이 있었고, 이런 반응은 한국과는 상당히 반대죠. 한국에서는 제가 어떤 소송을 하더라도 상대가 경찰, 검찰, 판사, 정치인, 공직자, 대통령 등 강자라 모두 질 거라고 우려했고 실제로 다 졌습니다. ^^ 제 소송이 이상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프랑스 파리에서도 제가 뭐 얼마나 소송을 잘 해냈겠습니까, 외국인이라 말도 못 하는데, 그래도 될 거라는 분들에게는 신뢰가 있다고 보이죠.


미국도 유명한 수정 헌법 1조 판결이 포르노 사진을 찍어서 출판한 래리 플린트라는 소위 말하는 문제적 인간의 편을 들어줘서 나온 것인데, 소송을 제기한 인물에 대한 판단보다는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는 사법부의 일관된 입장이 갖은 여론 압박에도 불구하고 고수가 된 겁니다.


래리 플린트는 총에 맞아 불구가 될 정도로 사회적 압박을 받았음에도, 그렇다면 당시 사법부도 엄청난 압박을 받았을 텐데도, 미국의 가치는 표현의 자유이고 이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사법부가 확정한 거고, 따라서 지금의 미국은 다들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다고 믿고 있죠. 물론 미국은 이젠 좀 과유불급이긴 합니다만. ^^;;;;;;


이런 게 과연 한국에서 가능할까 싶은 게, 한국은 앞서 말했듯 sky를 나와서, 같은 로스쿨을 나와서, 같은 사법 연수에서 동료로 만나는 구조라, 다들 서로 알고는 있으니까요. 변호사가 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고, 주마다 다 각자 법률과 변호사가 다르고, 등등 이런 연방 국가인 미국 혹은 다 민족 국가인 프랑스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어떤 가치를 결정함에 있어 한국과 다른 방향성을 보여서 쉽게 결정도 안 하지만 결정하면 오랫동안 유지가 되고 이게 불확실성을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신뢰도를 높이긴 한다고 봅니다.


여하튼, 이번에 사이버대학 박사 과정 법과 행정 면접 보면서도, 또 학사와 석사에서 법률 전공을 안 한 부분을 지적하며 최종 불학 격을 했는데 (이게 원인인지 확실하진 않으나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면접에서 물었으니), 한국의 법률 서비스 자체가 너무나 폐쇄적인 것 자체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법률 안에 녹이는 작업과 이를 국민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법률 자체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어차피 본인이 논문 못 쓰면 사이버 대학 입학 자체는 큰 의미가 없는 거라, 입학 자체에서 좀 다양한 분야를 받아들이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여전히 보수적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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