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가 그린 베드로의 눈빛 앞에서
새로운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를 TV로 지켜보았다.
교황권의 상징인 흰색 양털 띠 팔리움이 어깨 위에 얹히고, 어부의 반지가 손가락에 끼워지는 순간, 교황은 반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눈길은 마치, 반지 속에 담긴 수백 년의 침묵과 무게가 응축된 시간의 심연을 읽어내는 듯했다.
이윽고 두 손을 모아 묵상에 잠기고, 천천히 하늘을 우러르는 교황.
그 모습에서 인간의 두려움과 결심, 그리고 소명의 숨결을 느꼈다.
장엄한 미사곡이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을 채우는 내내, 마음 한켠엔 끝내 떠나지 않는 한 작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스티나 성당 옆, 파올리나 예배당의 벽에 걸린 미켈란젤로의 대작 프레스코 벽화, <성 베드로의 십자가 처형>.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베드로가 뒤틀린 몸으로 관람객을 노려보고 있다.
그러나 그 눈빛은 비난도 탄식도 아니다. 말 없는 물음이다.
“당신은 이 희생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콘클라베에서 선출된 새 교황은 파올리나 예배당에서 교황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발코니로 나가 성 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새 교황의 탄생을 고대하고 있는 수많은 신도들에게 첫 축복을 내린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베드로의 눈빛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침묵으로 묻고 있을 것이다.
“너는 이 자리에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이 물음은 단지 한 명의 교황을 향한 것이 아닐 것이다.
화폭을 뚫고 나오는 순교자의 시선은 시대를 가로질러 지금, 우리 모두를 향하고 있는 듯하다.
무너지는 신뢰와 흔들리는 기준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증언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자연스레 이 나라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세계 경제는 불안정하고, 정치와 이념은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험난한 시대는 언제나 있어 왔다. 그렇지만 그것을 어떻게 마주하고 걸어갔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은 달라지고 역사의 물줄기는 달라졌다.
지금, 우리 사회를 감싸고 있는 언어는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은 더 큰 목소리로 외치지만, 그 목소리들은 종종 진실보다 감정을 부추긴다.
책임은 타인에게 떠넘겨지고, 고백은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가 다시 붙들어야 할 것은 격정이 아닌 이성, 궤변이 아닌 진심, 분열이 아닌 대화의 용기가 아닐까.
레오 14세 교황은 말했다.
“서로 도우며 대화와 만남의 다리를 놓고, 모두 하나 되어 평화를 누리자.”
이 말은 단지 종교적 이상이 아니라, 신앙의 언어를 넘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건너는 윤리의 징검돌로 다가온다.
그 다리를 건널 용기, 그 다리를 놓을 지혜는 결국 우리 각자의 선택과 태도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수백 년의 시간을 건너온 프레스코 벽화는, 미켈란젤로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성 베드로의 눈빛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그러나 깊게 묻고 있는 듯하다.
“당신의 삶은 지금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