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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Nov 22. 2021

언제나 응원할 볼빨간사춘기의 진솔한 사춘기

솔직함이라는 사춘기의 특성이 관통하는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을 응원한다.


 


"나 오늘부터 너와 썸을 한 번 타 볼 거야."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심장이 막 두근대고 잠은 잘 수가 없어요."

"어떤 별을 가장 좋아하냐며 미소를 띠고 내게 말해 별 보러 갈래"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성을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있을까. 볼빨간사춘기의 이야기다. 슈퍼스타 K에서 모습을 드러낸 후 첫 앨범의 타이틀곡 ‘우주를 줄게’가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을 하면서 음원 강자로 우뚝 서고, '좋다고 말해', '썸 탈 거야', '여행' 등 수많은 히트곡을 연달아 발매하며 커리어를 쌓아 간다.


안지영은 대체 불가한 독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음색으로 많이 사랑을 받았다. 물론 내 귀 또한 그의 음악을 들은 순간 바로 사로잡혔지만, 내가 안지영을 진정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그의 가사였다. 애교 섞인 싱그러운 가사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지만, 슬픈 감성을 가진 노래에 좀 더 마음이 끌렸다.

 

2016년 재수생 시절 들었던 '싸운 날'과 '나만 안 되는 연애'에 그렇게 꽂혔다. 노래를 들을 때면 아픈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최선을 다하며 진심으로 임했기에 이별 후의 모습을 그리는 노래가 더욱 마음 아프게 들렸던 것 같다. 또 참으로 꾸밈없이 솔직하고 담담한 화법,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이 도리어 단단하고 멋있어 보였다.


 

'나만 안 되는 연애' 라이브.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이 참 마음 아프다.



그는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브레이크를 밟은 건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Filmlet] 활동 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한다. 그의 노래로 웃고 울었던 나로선 참으로 아쉬웠지만, 그의 건강이 진정으로 회복되길 바랐다.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안지영은 지난 9월 14일 본인의 생일에 10개월 만에 팬카페에 글을 올렸다. 자신은 한동안은 잘 지내지 못했다고, 그래도 회복하고 있다고. 또 앞으로의 음악 인생에 대해서 목표치를 향해 치열하게 달려갈지, 또는 결과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음악을 오래 할 건지라는 바닐라맨이 제시한 두 가지 선택지에 대해 후자를 고려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전달했다. 글 또한 그의 음악처럼 담담했다. 이번 앨범에 대한 일종의 예고였을까.

 

그렇게 지난 10월 26일 1년여 만에 두 곡이 수록된 싱글 앨범 [Butterfly Effect]로 컴백했다. 앨범명과 상통하는 타이틀곡 '나비효과'와 과거형의 표현이 담긴 제목만으로 슬픔을 자아내는 '너는 내 세상이었어'라는 더블 타이틀곡이 수록되어있다. 두 곡에서만큼은 그동안 조금이라도 묻어있었던 발랄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비 효과'에서는 울부짖는 듯한 일렉기타가 눈에 띄는 힘이 들어간 밴드와 스트링 사운드를 모두 뚫고 보컬이 선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자신의 작은 날갯짓이 혹시라도 너에게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슬픈 마지막 희망이 참 간절하게 들린다.  


 


  

'너는 내 세상이었어'에서는 서정적인 피아노 반주와 목소리를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다 악기들이 하나둘 쌓여 기본 밴드 셋으로 완성되어간다. 어느 악기 하나 강한 주장을 내세우는 악기는 없다. 감정이 고조되어 클라이맥스를 찍을 때도 조화롭게 묵묵히 안지영의 담백한 보컬을 받치고 있다. 담담하게 말하는 보컬이 되려 슬픔을 배로 만든다.

 

더 이상 귀여움과 발랄함과는 거리가 멀다. 안지영은 힘들었던 지난날을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사춘기에서의 방황을 그려낸 '나의 사춘기에게', '나만 안 되는 연애' 'Lonely'등 볼빨간사춘기만의 여린 감성으로 성장통을 드러내는 곡은 많았지만, 이번만큼 회색빛으로 물든, 아니 먹칠된 앨범은 없었다. 애초에 꾸며낸 적도 없던 창법은 더 담백해졌다.


사람은 누구나 입체적인 모습이 있고, 내가 아티스트로서 바라본 안지영은 누구보다 자신의 입체적인 모습을 잘 활용해 왔다. 밝으면서 상처도 많고, 그를 노래에 녹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티스트였다.


10대 소녀의 발칙한 감성은 이젠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솔직함이라는 사춘기의 특성만큼은 노래에 여전히 녹아있다. 내가 안지영의 진정한 팬이 된 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시옷 받침부터는 중반, 비읍 받침부터는 후반이라는 정리법을 따르면 이십 대 후반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사춘기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진솔함이다. 나는 한결같은 아티스트를 좋아한다. 안지영의 음악엔 언제나 한결같이 진정성이 묻어난다.


그가 영원히 사춘기를 노래해주면 좋겠다. 사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직까지 사춘기의 미숙함을 품고 있지만 더 이상 여린 태도는 용인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꽁꽁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어른 아이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사춘기는 구성하는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봄을 생각하는 시기이다. 언제나 좋은 시기를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사춘기를 살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또 1년에 꼭 한 번은 찾아오는 봄날처럼 가끔 살랑이는 바람 부는 맑은 날에 대한 찬가도 환영이다. 그의 노래는 언제나 공감할 수 있기에, 볼빨간사춘기는 내게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을 떠올리게 한다.


혹시라도 볼빨간사춘기라는 팀명에 의해 생긴 발랄함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 연이은 음원 차트에서의 성공으로 인한 부담감이 있다면 이젠 편히 내려놓길 바란다. 노래 속 화자가 바로 아티스트 자신이라면, 청자 또한 화자의 마음과 주파수가 맞아떨어져 노래의 효과는 극대화되곤 한다. 사람 안지영, 아티스트 볼빨간사춘기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대의 음악을 오랫동안 듣고 싶다. 그대의 음악에 공감하고 공감받으며 노래 속 커 가는 화자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싶다.

 

이번 앨범에서도 나는 안지영의 날갯짓에 울림을 얻었다. 또한 그대가 준 공감이 일방적이 아니라는 것을 전한다. 나는 그와 그의 사춘기를 영원히 응원할 것이고, 앞으로는 날개를 더욱 힘차게 펴서 자신 있고 아름답게 비행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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