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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Jan 11. 2022

2022년엔 꼭 그만 둘래요

루틴 없는 일상을.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로 넘어가는 12시가 되었을 땐 분명 홀가분하고 설렜는데, 며칠이 지난 지금은 벌써 체한 기분이다. 작년보다 더 나은 하루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부담으로 얹혔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필자만의 해결법이 있다. 유독 걱정이 많았던 성격 탓에 중학생 때쯤부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식으로 '노트에 쓰기'를 찾았다. 방법은 이렇다. 모든 걱정에 가까운 생각들에 번호를 매겨 노트에 적고 그 옆엔 해결책을 적는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었다.


1) 수행평가가 걱정된다 → 연습을 좀 더 하고 최선을 다하기만 하자

2) 영희와 사이가 서먹하다 → 내일 쪽지를 보내자


글로 옮겨적으면, 머릿속에서 거품이 낀 채 부풀어있던 걱정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내 걱정이 그렇게 큰 일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있을 일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고 나면 다시 상쾌한 기분으로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번에도 오랜만에 이 고전적인 방식을 써봤다. 걱정이 크게 5개로 나눠졌는데, 신기하게도 해결책이 하나로 좁혀졌다. 바로 ‘시간 관리’이다. 




필자는 작년에 ‘하루가 너무 짧아.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어.’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책 <미움받을 용기>에서 심리학자 아들러가 ‘중요한 것은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라고 말했듯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으로 주어졌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누리게 된다. 만족도 높은 삶을 누리는 이들은 모두 시간을 조종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듣게 되며 개인 시간이 훨씬 늘어난 재작년부터 지금까지 시간 관리에 성공하는 날보다 실패하는 날이 더 많았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남과 동시에 스스로 통제하지 않으면 낭비되는 시간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2년엔 꼭 시간 관리에 성공하는 날을 더 많이 만들리라 다짐했지만, 새해가 되었다고 요술봉을 휘두르듯 하루를 바꾸진 못했다. 도대체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22>에는 2022 ‘바른생활 루틴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개인 시간이 많아진 이들이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설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나온 키워드이다. '바른생활 루틴'이 트렌드가 된 만큼 '루틴이'들은 유튜브 등의 SNS에서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올리며, 자신의 루틴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특정 시간에 잠들고, 특정 시간에 일어나는 것부터 루틴이 시작된다. 이제 루틴을 만드는 것은 인생의 엄청난 성공을 가져오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삶이더라도 이에 최선을 다하고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루틴’은 특정한 시간에 습관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삶 속에 루틴을 만든다는 것은 일상에 일정한 패턴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이 루틴 안에 포함되는 일이며, 루틴은 앞으로 몇 달간 혹은 수년간 반복 할 수 있는 행동으로 계획 자체도 필요하지 않은 반복 행위이다. 삶에서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거의 없지만, '루틴대로'는 흘러간다. 그렇다면 깨어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루틴으로 만든다면 더 안정적으로 생산적인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제로 필자가 존경하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하루 루틴이 있었다. 몇시부터 몇시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정해둔 일이 있어 그대로 일상이 흘러간다. 대부분은 평일과 주말로 나누어져 루틴이 달라진다.

 

그들의 루틴에 꼭 포함되는 습관들도 있다. 그 습관 중 첫번째는 수면 시간을 지키는 일이다. 그들은 6시간에서 8시간 정도 충분한 수면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단기적으로는 수면 시간을 줄이는 것이 성공과 만족스러운 삶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잠이 부족하면 두뇌 회전이 느려지고 창의력도 떨어지며, 스트레스 관리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설명이었다. 사실 잠을 줄이거나 밤을 새지 않아도, 낭비되는 시간을 잡고 해야하는 일에 집중한다면 대부분의 일은 끝낼 수 있다.

 

두번째는 글을 읽는 습관이다. 필자가 닮고 싶은 이들은 대부분 책 읽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하루에 10분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을 가졌다. 자신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정리된 책으로 다른 이의 경험을 배운다. 세번째로는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다. 그들은 모두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혹은 매일매일 운동한다. 몸이 무겁고 피곤할 때 움직이면 오히려 활력이 생기는 것을 경험한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체력이 부족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필자도 운동을 시작한 뒤 알았다.

 

재작년 가을, 필자는 책 <모닝 미라클>을 읽고 모닝 루틴을 만들었다. 운동, 신문이나 책 읽기 같이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을 오전 중에 모두 하고 나서 시간이 남으면, 중요하고도 급한 일을 처리했다. 모닝 루틴이 생기면서 시간이 많다는 것을 처음 느껴봤다. 그리고 삶의 질이 큰 폭으로 올랐다. 모닝 루틴을 통해 시간을 조종하는 법을 차츰 배웠다. 문제는 모닝 루틴이 끝난 이후는 루틴이 전혀 없었다는 점인데, 만약 새벽까지 깨어 있는 날이 오면, 낮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모닝 루틴을 하지 못한 날은 후회되는 하루를 보내기 마련이었다.

 

팬데믹 3년 차인 올해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만끽하며 지내고 싶다. 그 시작으로 수면 시간을 지키는 것부터 습관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루틴을 만드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맞는 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임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라는 것은 확신한다.

 

어떤 일에 성공하려면, 성공만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도 함께 그려야 한다고 했다. 언젠가 들었던 어떤 마라톤 선수의 훈련 방식이 있다. 그 선수는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자신의 모습을 그릴 때, 1등으로 홀가분하게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만을 상상하지 않고, 가장 힘든 구간에서 숨이 차고 근육은 모두 뭉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진 자신과 그러한 순간까지 이겨내는 자신을 상상하는 것이다.

 

필자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기 힘겨운 나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을 한번 크게 내쉰 뒤 일어나는 모습을 상상한다. 며칠간 후회되는 나날을 보냈다고 낙심하지 말고, 또다시 루틴을 만드는 것에 필자와 함께 도전해보자. 시간을 잘 관리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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