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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Apr 04. 2022

회사 버리고 어쩌다 빵집 알바생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방송 디자인을 하던 5년 차 직장인이,

회사 버리고 빵집 알바생이 되었다

         

누구보다 빨리 사회에 나오고 싶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루를 살아냈고, 회사에 취직했으며,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사회는 냉정했고, 치열했고, 숨을 쉴 수 없었다. 방송일은 쉼 없이 돌아갔고 나도 쉼이 없었다. 어찌어찌 5년을 버텼으나 3·6·9의 법칙이 9일, 6일, 3일로 찾아오는 것을 느끼며 퇴사했다.


'조금만 쉬다가 다시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내 몸과 마음은 휴식과 치유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살 수는 없었다. 다 큰 성인이 엄마 아빠 밑에서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 수는 없었으니까.


'알바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학생 때에는 방학에도 학원에 다니느라 알바는 못해봤는데. 알바는 회사와 다를 것 같았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내 삶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집에서 5분 거리에 빵집이 오픈했다. '빵집 알바…? 빵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빵집 알바를 잘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이력서를 제출하자마자 바로 합격이 됐다! 그렇게 시작된 빵집 알바생 개띠랑의 하루!



아트인사이트 Interview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 개띠랑 작가




직장생활 5년 만에 회사를 때려치웠다…!


누구보다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누구보다 빨리 사회에 나오기 위해 방학에도 학원에 다니며 실력을 쌓았다. 하지만 사회는 냉철하고 냉정했다. 다들 자기 앞에 놓인 몫을 처리하느라 옆 사람을 쳐다볼 여유가 없었다.


직장인 생활 5년을 끝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무얼 다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람에게 받은 스트레스는 풀리지 않았고 잦은 야근으로 인해 피폐해진 몸은 좀처럼 회복될 것 같지 않았다.


자존감이 심해 바다 끝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인 나에게 언니가 말했다. "너도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잖아. 인스타에 회사 생활하면서 답답했던 걸 그려서 올려 봐. 너, 잘할 것 같아!"


언니의 적극 추천으로 나는 그림을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들이 생기며 무너졌던 자존감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았다!



직장인이 아니라 알바생 신분도 괜찮을까…?


집으로 돌아온 후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하루하루 보냈지만 언제까지 엄마 아빠 밑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하지만 다시 회사를 찾아 떠나기에는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알바는 어떨까…?'를 생각하던 중에 집 근처에 빵집이 오픈한다는 광고를 봤다. 그리고, 이력서를 넣자마자 면접을 보고 바로 합격했다! 그렇게 시작된 빵집 알바! 처음에는 '조금만 하다가 다시 직장을 찾아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빵집 알바한 지 벌써 2년이 지나고 있다.


알바 초기에는 누군가 나에게 "지금 뭐하세요?"라고 물으면 "빵집 알바하고 있어요!"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알바생이든 직장인이든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내 인생의 반죽'을 어떻게 하고, '내 인생의 오븐'에 어떻게 굽느냐에 따라 내가 만드는 빵 모양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직장은 온갖 일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친한 직장동료에서 하루아침에 나의 적이 되기도 하고, 어느새 다시 팀원이 되어 일을 해야 하는 스펙터클한 정글 같았다. 그런데 빵집에서 만나는 손님 한 분 한 분을 보며 '이곳도 작은 사회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매일 똑같은 하루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그림 그리는 것이 재미있고, 좋고, 설레는 나는 진짜 그림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전에는 '누구보다 빨라야 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느려도 괜찮으니 내 속도에 맞춰서 살아가자…!'로 바뀌었다. 조금 느려도, 조금은 부족해 보여도, 조금씩 꾸준히 걷는 나를 응원하는 말을 나에게 건네 본다.


"잘했어. 잘하고 있어. 잘할 거야!"



      

개띠랑


개같은 사회를 경험한 후 회사 버리고 빵집 알바생이 되었다. 개띠가 보낸 오늘의 이야기를 매일매일 그림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림만 그리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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