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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Tea)향 추천기

by 아트인사이트


향수의 세계에는 다양한 노트가 존재하고, 앞선 글에서 설명했던 차(tea)향기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수백 가지 화학성분의 집합체인 만큼 차 향기를 완벽히 구현하기란 꽤 까다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일치율로 차를 표현해낸 향들이 있다. 차의 이미지만을 가져와 새롭게 해석한 것이 아닌, 차 본연의 향을 표현해낸 향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레몬 한 조각이 띄워진 실론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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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소개할 향은 일루미넘(Illuminum)의 트라이벌 블랙티(Tribal Black Tea)다.


이전에 시트러스 편에서 소개한 향이지만, 차 향기에서도 뺄 수 없기 때문에 다시 한번 소개해본다. 트라이벌 블랙티의 향은 레몬, 베르가못같은 시트러스 노트로 시작되어 곧바로 홍차 향과 뒤섞인다. 홍차 특유의 부드러운 쌉쌀함이 감도는데 레몬의 향이 활력을 넣어준다.


홍차에 베르가못 향을 입힌 것은 얼그레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나올 만큼 홍차와 시트러스의 궁합은 좋은데, 트라이벌 블랙티는 그중에서도 레몬의 향이 두드러진다. 적당한 온도로 식은 홍차에 동동 띄워진 레몬이 떠오른다. 약간의 산미가 차의 향을 너무 진지하지 않고 가볍게 바꾸어 준다.


기본적으로 차 향기는 마른 풀과 나무의 향이 지배적이므로 수수하고 차분함이 연상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이 향은 더욱 그렇다. 화려한 꾸밈이나 군더더기 없이 정직한 레몬 홍차를 표현했으니 말이다.


단점이라면 가벼운 향이라 지속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호불호가 적을 편안한 향을 찾는다면 제격일 향이다.




2. 마른 홍차 찻잎 속 달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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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소개할 향은 르라보(Le labo)의 떼누아29(The noir29)다.


떼누아는 프랑스어로 블랙티, 즉 홍차라는 뜻이다. 이름처럼 홍차의 향을 지녔지만 앞서 소개한 트라이벌 블랙티와는 결이 다르다. 트라이벌 블랙티는 우려낸 레몬 홍차의 향이었다면 떼누아는 물에 우리지 않은, 말라 있는 찻잎의 향이 느껴진다.


건초 같은 진한 마른 풀 내음과 홍차의 발효 향 그리고 약간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꽃이나 과일의 미묘한 달콤함처럼 느껴지는 향은 떼누아의 홍차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성적인 매력의 향으로 만들어준다.


차를 좋아하는 이라면 차에는 단계별로 다양한 향이 있음을 알 것이다. 찻잎의 향, 차를 우렸을 때의 향, 그리고 마셨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향까지. 그중 찻잎의 강렬함을 좋아하는 이라면 떼누아의 홍차향을 추천한다.




3. 복숭아의 향긋함을 지닌 녹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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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두 향은 클래식한 차를 연상시키는 향들을 소개했으니, 마지막으로는 향이 가미된 가향차를 떠오르게 하는 향을 소개한다. 더 머천트 오브 베니스(The merchant of Venice)의 교쿠로(Gyokuro)다.

교쿠로는 일본의 고급녹차의 이름인데, 굉장히 맑은 맛이 난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이 향은 녹차향에 복숭아를 더했다. 편의점에서 흔히 접하는 복숭아 녹차향이 좀 더 고급스러워졌달까. 맑고 달콤한 복숭아향에 은은하게 흐르는 듯한 녹차의 깨끗함이 스쳐지나간다. 녹차향이 강하진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며 복숭아에 달콤함에 쌉쌀함을 더해준다.


복숭아향은 자칫하면 화장실 방향제 같은 저렴한 느낌을 주기 쉬운 향인데, 교쿠로는 그 미세한 지점을 굉장히 잘 잡아내었다. 마냥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오묘한 향으로, 복숭아가 있음에도 어리게 느껴지지 않는 향이다.

유치하지 않고 분위기 있는 복숭아향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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