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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Jul 28. 2023

바이닐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


바이닐은 참 예민하면서 섬세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손쉽게 디지털로 들을 수 있는 음원보다 과정이 복잡하고, 바이닐과 턴테이블, 스피커 등 준비물도 필요하다. 원 모양으로 미세하게 파여있는 소리골을 따라 바늘이 지나가면서 음악이 흘러나오며, 바이닐 상태에 따라 잡음이 추가된다.


바이닐에 한번 빠지게 되면, 온라인 음원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기분 좋은 소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음악이 바이닐에서는 ‘지직지직’하는 사소한 잡음과 함께 들리지만,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나 모든 음악들을 바이닐 형태로 들어보고 싶어도 바이닐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최적의 턴테이블과 바이닐 조건이 맞아야 최상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혹시 이러한 이유로 바이닐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면,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공간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마 한남동에서 길을 걷다, 이렇게 생긴 건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많이 지나쳤지만 이곳에 바이닐이 가득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

 

 


 

뮤직 라이브러리에는 시대별, 장르별로 모아둔 전 세계의 바이닐들이 갖추어져 있다. 2층부터 3층까지 벽면을 가득 채운 바이닐들을 보는 순간 감탄이 나오고, 일정한 간격으로 마련되어 있는 턴테이블 자리를 보며 설레는 마음이 든다.


구석으로 가면 태블릿PC로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 찾고 싶은 앨범의 바이닐 위치를 알아낼 수 있고, 영수증 느낌의 종이도 뽑을 수 있다.

 

얇고 빽빽하게 수납되어 있는 바이닐 사이에서 언제 찾지? 하는 걱정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직원의 설명을 듣고 나면 어느새 숨은그림찾기처럼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 대출을 하듯, 본인이 가져온 바이닐을 직원에게 보여주면 자유롭게 청음을 할 수 있었다. 내가 고른 바이닐을 꺼내서 턴테이블에 올리고, 헤드셋을 낀 후 바늘을 천천히 올렸다.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몰입감이 느껴졌고 사운드에 압도당했다.


내 주변에 여러 사람들도 함께 있었지만, 나 혼자 있는 것처럼 음악만으로 가득 찬 공간으로 변했다.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헤드셋으로 들어서인지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었다.

 

특히 바이닐의 매력인 ‘지직지직’하는 소리도 백색 소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어둑한 저녁에 갔지만, 밝은 낮이나 비 오는 날에 가도 그 나름의 분위기가 어떤 음악과도 페어링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감 시간과 가까울 때 가서 오랜 시간 동안 있지는 못했지만, 언제든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안정되는 공간이었다. 바이닐의 종류도 너무나 많기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 유명한 외국 음악, 표지만 보고 호기심이 드는 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경험해보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바이닐에 관심이 있거나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 누구나 이 공간을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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