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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Apr 02. 2024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생각보다 길어졌던 취업 준비 생활 속에서 계속해서 되뇌며 스스로 다독였던 말. 괜찮다. 나는 비록 또래 친구들에 비해 느리지만, 적어도 이 길을 걷는다면 뒤늦게 방황하는 일은 없을 거다. 올바른 방향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그렇게 위안하며 그 기간을 버텼고, 그 끝에 마침내 꽃을 피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꽃은 단숨에 꺾여버렸다. 온전한 내 의지는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다시 원점이 되어버렸다. 더 나아가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누군가에게 알리기엔 수치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의 방향에 미세한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나의 오랜 고집이 담긴 이 길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심이었다. 잘될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앞이 막히는 건 안 되는 걸 되게 하려는 나에게 현실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고는.

 

한국 사회가 유독 나이에 엄격한 기준이 있는 건 다들 잘 알 것이다. 나 역시 그 사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과 조바심을 끊임없이 다스리려 노력했고. 그런데 요즘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나이와 무관하게 새로운 시작을 하는 사람이 꽤 보였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서른의 안팎에서 삶의 새로운 챕터를 열려고 시도했다. 물론, 그 끝의 결과는 어떠할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러한 자잘한 변화들이 하나둘 생겨난다는 것은 나에게 긍정적인 신호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안도에 가까웠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하는 동지를 느꼈으니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단 이유로 하던 일을 관두고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나는 남들보다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에게 크고 작은 변화들은 큰 위안이 되어 다가왔고, 현재의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조금 느린 발걸음을 차가운 세상이 일일이 이해해 줄 리 만무할 걸 잘 알기에 이제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속도보다는 방향에 의존해서 나아가려고 한다.

 

잘 해왔으니까 지금처럼 계속.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나의 방향에 가장 크게 기여해야 하는 사람은 나이고, 그것에 대한 책임도 온전한 내 몫이고, 그 길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일 것이다. 그러니 의심이 나를 집어삼키려 할 때쯤엔, 또는 더딘 속도에 밀려 방향성을 잃은 것만 같을 때, 그때 다시 한번 되뇌려고 한다.

 

나는 나의 방향을 믿고 가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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