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홉산숲: 파라고스트
<아홉산숲: 파라고스트> BIAF 전시회 및 WIP 개최
(주)잭스트리(대표 이원철)가 제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에서 <아홉산숲: 파라고스트>의 파일럿필름과 제작 과정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아홉산숲: 파라고스트>는 2025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한국적 무속 세계관과 주술, 인간의 어두운 욕망이 뒤엉켜 고요했던 아홉산 대숲이 마치 ‘등활지옥’처럼 되어가는 과정을 담는다.
이번 BIAF의 워크 인 프로그레스(WIP) 프로그램에서 잭스트리의 이원철 대표는 모션캡쳐, 페이셜캡쳐, 언리얼엔진을 활용한 실시간 프리비주얼과 애니메이션 등 전반적인 프로덕션 제작 시스템을 공개했다. 또한 클라우드 서버 기반의 제작관리 시스템(PERFORCE, FTRACK), 커뮤니케이션 시스템(LARK, MILANOTE) 등을 통해 지리적 한계를 벗어나 전 세계의 파트너들과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한 구조를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아홉산숲: 파라고스트>는 2011년 창업 후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NHN, 베스파 등의 굵직한 게임 개발사들과 함께 씨네마틱 영상을 주로 제작해 오던 잭스트리의 첫 번째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다. 2021년 애니메이션 대상을 수상했던 <성형수>의 제작사 스튜디오애니멀과 공동 제작 중이며, 작품 기획의 우수성과 제작사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1년부터 각종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잭스트리의 첫 오리지널 장편 애니메이션인 것뿐만 아니라 2019년 하노이의 합작회사와 함께 구축해 온 제작 파이프라인을 좀 더 정밀하게 고도화할 수 있는 최적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잭스트리에 많은 의미가 있다.
잭스트리는 2019년 2월 베트남의 하노이에 ‘애니모스트(ANIMOST)’라는 모캡 전문스튜디오를 합작법인의 형식으로 설립했으며, 모션캡쳐와 언리얼 게임엔진을 이용한 실시간 제작시스템을 스튜디오 설립 초기부터 구축해 왔다.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든 애니모스트는 엑스박스 게임스튜디오, M2Animation, 와일드브레인, 유비소프트, 액티비전, MammalStudios 같은 해외의 유명 게임 개발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부터 많은 협업 제안과 제작 서비스를 요청받고 있다.
잭스트리가 이렇게 실시간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게임사 ‘이토이랩’과 함께 공동개발한 VR 게임 ‘좀비버스터’를 오큘러스와 스팀에 런칭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후, ‘게임의 실시간 애니메이션, 렌더링 기술을 애니메이션에 적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고 이원철 대표는 회상한다.
이원철 대표는 <아홉산숲: 파라고스트>을 시작으로 매년 1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제작시스템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많은 작품이 만들어져야 제작사의 전문성과 경험이 계속 쌓이고, 업계를 리드할 수 있는 우수한 스텝들도 계속 만들어지기 때문에 현재로서 우리나라의 장편 애니메이션 산업은 다작밖에 답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창 <아홉산숲: 파라고스트> 제작에 힘쓰고 있는 이원철 대표에게서 작품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본다.
Q. 왜 제목이 ‘아홉산 숲’인지 궁금합니다.
A. 아홉산숲은 부산 기장군 철마면 웅천리에 실재로 존재하는 대숲의 이름입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잘 보존된 생태 환경으로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사용되는데, 시나리오 작가분께서 부산 토박이시라 자연스레 어릴 적부터 오가던 아홉산숲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드신 것 같아요.
아홉이란 숫자 자체도 여러 가지로 해석이 되는데요, 한자릿수 중에는 가장 큰 수라 가장 높은 경지의 무언가를 의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10이 되기 직전 수라 액운, 부족함을 의미하기도 하죠.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한 숫자 9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영화의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고 생각해요.
저희 작품 안에서 9의 여러 의미 중 하나는 ‘완전하지만 끝나지 않은 순환’ 즉 LOOP를 의미합니다. 비명횡사로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고통 속에 갇힌 영혼이 모이게 된 곳이 아홉산숲이거든요. 하지만 해석이 한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 내년에 영화를 보며 각자 9라는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부제인 ‘파라고스트’의 뜻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파라고스트는 ‘기생충(Parasite)’과 ‘유령(Ghost)’을 합친(Para+Ghost) 단어로 기생혼이란 의미가 있어요. 다른 육신에 빌붙어 기생하는 혼이죠. 순간적인 빙의와는 좀 다른 개념인데, 더 이상의 언급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만 소개 드리겠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어떤 인물인가요?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고교 시절 겪은 학교폭력의 트라우마 때문에 해리성 장애로 기억을 상실한 20대 초반의 여자 ‘공늠’. 그리고 의문사로 딸을 잃은, 신비한 주술 능력을 가진 50대 초반의 무당 ‘여순지’. 이렇게 두 여성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축입니다. 3년 만에 코마 상태에서 깨어난 공늠이 자신의 기억과 가족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무당 여순지에게 이끌려 무작정 아홉산숲으로 들어가며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퍼즐을 맞추듯 주인공을 따라가며 의문을 하나씩 풀어가는 구조로, 결말에 이르는 순간 응축되었던 에너지가 폭발하며 모든 의문이 저절로 풀어집니다.
여러 장르 중 호러 장르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잘 설계된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더해진다면 제한된 공간과 인물로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호러 장르의 강점이에요. 아이디어와 실력을 가진 소규모 독립 제작사들이 적은 예산으로 선택할 수 있는 좋은 답안이 될 수 있죠. 또한, 기존 작품 중 호러 장르의 애니메이션이 흔하지 않기에, 잘 만들어진다면 국내외의 각종 영화제는 물론,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국내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이 쉽지 않은 환경일 텐데, 이 작품을 만들며 자부심을 느끼거나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2025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2022년에 제작을 시작해 지금 한창 제작 중인 작품이라, 보람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아요. 하지만 스텝들도 저도 애니메이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극장용 작품을 만들게 된 이 상황 자체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더불어, 현재까지 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 공동 제작사인 스튜디오 애니멀, 작품을 지원해 주신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측에 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 완성된 건 아니지만 <아홉산 숲: 파라고스트>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장면/요소가 있다면 무엇인지 살짝 소개해 주세요.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도록 아홉산 대숲과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섬뜩한 공포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감정적 측면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함께 작품의 주제가 되는 잔혹한 모성애적 본능이 어떻게 시작되고 파국적 결말을 맞이 하는지 스토리 안에 잘 녹여내려 합니다.
무속과 신비주의의 느낌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도록 퓨전 국악, 퓨전 판소리 등 한국적 오디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특징이에요. 여러 가지 요소가 유기적으로 잘 섞여서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관객들이 이 영화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