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취준생에서 벗어나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전과는 아주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작년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한해가 빠르게 지나갔고, 올해는 또 다른 업무도 맡게 되면서 시간은 더 쏜살같이 흘러갔다. 2024년을 얼떨떨하게 맞이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 그동안을 돌아보게 되었다. 바쁘고 새로운 일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을.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을 보내면서도 허전했던 이유를.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영화 감상문 쓰는 걸 좋아했다. 영화의 기본 정보, 줄거리, 느낀 점, 기억에 남는 대사를 글로 써서 기록했다.
글쓰기만큼 좋아했던 건 글귀 모으기였다. 책이든, 드라마든, 인터넷이든 좋아하는 글귀를 만나면 노트에 적어두고 그걸 글귀 모음집이라 부르면서 자주 꺼내 읽어보고는 했다. 그 외에도 소설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지난 시간 동안 그 모든 일들을 내 일상에 끼워놓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이제는 좋아하는 일이라고, 취미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미안한 그 일들을 놓아주어야 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여러 번이었다. 그래도 못 놓은 이유는 그게 내 나름의 낭만이고, 나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2021년 가을, 처음으로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남겼을 때가 떠오른다.
한 편의 글을 기고하고 나니 너무 개운했다. 내 이야기, 생각, 감정을 어떻게 하면 더 이해하기 쉽고 마음에 와닿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완성도에 대한 성취감과 후련함이 크게 다가왔다. 혼자 쓰고 혼자 보는 글을 썼을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다.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보고 계획에 없었던 문화생활을 향유하거나 자신 역시 그랬다며 공감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신기하고 이상한 기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에디터로서 글을 기고했던 시간이 나에게는 이처럼 너무 강렬해서 앞으로도 활동을 부지런하게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다짐이 무색하게도 현생에 치여, 체력이 달려, 온갖 이유를 대다 보니 어느새 글은 후순위가 되어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어쩌면 회사 업무로 상품과 관련된 문구를 구상해야 하니 나도 모르게 글에 대한 피로도가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쓰는 글과 회사 밖에서 쓰는 글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무작정 같다고 치부해버렸다.
또 다른 이유로는 글을 못 쓴 시간이 길어지니 글이 너무 어려워졌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면 조금 더 완성도 있게, 조금 더 좋은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계속해서 더해져 글을 기고하지 못한 날이 쌓여갔다.
그런데 다시 되돌아보며 이렇게 글을 써 보니 알겠다. 업무 차원에서 쓰는 글과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글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글을 어려워할 필요도 없고, 우선 써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조금씩 느낀다.
그러니 이제 나중으로 미뤄왔던 내 사색의 취미를 다시 위로 끌어올려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건 어쩌면 내 반성문일지도 모르겠다.